“대출·세제 차별 막을 시행령이 없다”···외국인 부동산 쇼핑 ‘논란’
수도권 외국인 부동산 취득 증가 “선호지 중심, 시장 수급 영향” “상호주의 보완·토허제 필요성”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강남 등 투자수익이 높으면서 공급부족이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매입에 나서면서 투기 우려와 함께 부동산 시장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단 진단이 나온다.
대출, 세제 등 당국 규제가 내외국인 간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법적으로 규정된 상호주의를 뒷받침할 시행령이 미흡한 점이 상황을 악화시킨단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제도 개선에 나선 가운데 외국인 대상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부 추산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보유 국내 주택은 10만216가구로 6개월 만에 5.4%(5158가구) 증가했다. 주택 소유자를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이 5만6301가구(56.2%)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하반기 증가한 전체 외국인 보유 주택의 68%(3503가구)를 중국인이 사들였다.
외국인 보유 주택 비중은 중국인에 이어 미국인(22.0%, 2만2031가구), 캐나다인(6.3%, 6315가구) 순이었다. 외국인들은 대부분 아파트 등 공동주택(9만1518가구)를 보유하고 있었고, 보유 주택의 72.7%는 수도권 소재였다.
외국인 주택 보유가 늘어나면서 서울 강남권 등 고가주택지역에서 외국인 소유 부동산의 임대차계약도 증가세다. 강남구의 경우 2020년엔 87명 수준이던 외국인 소유 부동산 임대차 계약이 지난해엔 945명으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강북권 등 외곽지역의 외국인 부동산 임대는 상대적으로 적다.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큰 지역에 투자한 뒤 임대료를 받으면서 시세차익을 거두려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에 실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이 부동산 투자로 자본이득을 얻으려는게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과 함께 외국인 주택구매가 부동산 시장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단 분석이 제기된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실거주자와 달리 수익률 기대치를 달성하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공백을 메워줄 국내 수요기반이 빈약할 경우 시장 균형상 부작용이 상당히 클 수 있단 진단이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내년부터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본력을 지닌 외국인들이 서울, 수도권으로 강하게 유입되는 것은 수급측면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로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내국인은 대출 문턱이 높은 반면 그렇지 않은 외국인들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비중을 넓혀가는 상황히 심화되는 것은 장기적 부동산 시장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도적 미비점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잇단 분석이 제기된다. 내외국인 간 차별적 부동산 규제 적용이 대표적이다.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다주택자 신고를 할 경우 원칙적으로 내국인과 동일한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외국인이 자국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경우 우리 금융당국이 이를 정확히 확인해 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적용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가족관계 파악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다주택자 대상 세금 중과도 쉽지 않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호주의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상호주의는 부동산 매입에 있어 상대 국가 규제 수준에 비례해 우리 정부도 대응해야 한단 법률에 명시된 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일례로 중국인 부동산 쇼핑이 활발한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우리 국민의 현지 부동산 취득을 금지, 제한하고 있다.
외국인의 고가주택 보유 비중이 큰 서울시는 상호주의 관련 법령의 미비점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시 관계자는 “지난주 국토교통부에 부동산거래신고법에 담긴 상호주의에 대한 시행령이 없는 부분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단 취지 공문을 보냈다”며 “공문에 시행령을 어떤식으로 해야 한단 구체적 내용까지 있진 않다. 정부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시는 상호주의 외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도 검토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시의회 연설에서 “국회가 입법적 해결을 모색중이나 상당 시간이 걸리므로 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연구 중”이라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토허제를 시행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를 넘어 정부나 국회 차원의 개입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한 바 있다. 국회에선 상호주의를 의무 적용하고,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외국인 토허제를 도입하는 법안이 제출돼 본격 논의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부동산 취득 문제를 유형별로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와 비아파트, 주택의 경우 실거주인지 갭투자인지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며 “외국인이 비아파트 부분에 들어오는 건 투기지역도 문제되지 않는다. 주택의 경우 지방을 매입하는 건 괜찮지만, 투기 우려 지역에 진입하는 게 문제다. 이 부분을 명확히 잡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향후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내 수요, 공급의 문제로만 국한하지 말고, 지방소멸 등 국토의 균형발전, 지방 균형 발전, 내수경기 회복, 성장 부분을 종합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며 “외국인 부동산 취득 문제도 이런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