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은 200조 돌파했는데’···ETN은 성장 정체

4일 ETN 지표가치총액 16조···지난해 말 대비 줄어 ETF 대항마 평가됐지만 가파른 성장세 따라가지 못해 성장 위해선 상품 차별화와 규제 완화 필요하다는 지적

2025-06-05     송준영 기자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ETN(상장지수증권) 시장이 올들어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ETP(상장지수상품)의 또 다른 축인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처음으로 순자산총액 200조원을 돌파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에 일각에선 규제 완화와 증권업계 내 차별화 경쟁을 통한 활성화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5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기준 ETN 전체의 지표가치(ETN의 실질 가치)총액은 15조9675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말 16조7972억원의 지표가치종액 대비 4.9%가량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ETN 수도 412개에서 381개로 줄었다.

이는 ETF 시장이 올해 들어서도 성장세를 보인 것과 대조된다. ETF의 순자산총액은 전날 201조2845억원을 기록해 23년 전 ETF 시장이 형성된 후 처음으로 200조원 시대를 열었다. ETF 순자산총액이 지난해 말 173조5638억원이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16% 증가한 수치다. ETF 시장은 2022년을 제외하면 최근 4년 동안 40%가 넘는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ETN도 그동안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면서 ETF의 대항마로서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ETN 지표가치총액은 2020년 말 7조6268억원에서 지난해 말 16조원으로 4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관심은 ETN보다 ETF에 쏠리면서 양 시장의 격차는 12배 넘게 차이나게 됐다.

이 같은 격차의 배경으로 우선 ETN 상품에 대한 투자자 인식이 꼽힌다. ETN은 증권사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증권사가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증권사가 파산할 시 원금을 회수할 수 없다. 여기에 과거 원자재 ETN에서 발생했던 급격한 가격 변동과 대규모 손실 사례가 더해지며 투자자들에게 ‘고위험 상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그도 그럴 것이 ETN 거래량 상위 종목 대부분이 변동성이 높은 레버리지나 인버스 같은 상품들로 포진해 있다. 전날의 경우 거래량 10위 내 종목이 모두 원자재를 기초지수로 한 레버리지나 ‘곱버스’(인버스 2배) 상품이었다. 이처럼 ETN이 고위험 상품 위주의 시장으로 비치면서, 시장의 안정성과 투자 저변 확대에는 한계가 생긴 셈이다. 

ETN 대부분이 연금 계좌에 편입이 제한된다는 점도 성장에 부정적이라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원금 대비 상환 금액의 최대 손실이 40%가 넘을 수 있는 상품은 퇴직연금에 편입될 수 없다는 규정 탓에 ETN의 연금 계좌 편입이 쉽지 않다. ETF의 경우 연금 계좌에 편입할 수 있는 종목이 많아 개인은 물론 기관과 연기금의 자금까지 끌어들이며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선 ETN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N은 ETF 대비 더 다양한 구조로 발행할 수 있어 차별화 여지가 많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양매도 ETN과 같이 시대와 시기에 맞는 상품들이 나올 경우 다시금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며 “질이 좋은 상품과 함께 ETN의 퇴직연금 시장 편입과 같은 제도적인 뒷받침도 이뤄지게 되면 ETN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