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위기 돌파···이재명 정부 생태계 개편 기대
21대 대선 이재명 대통령 취임 제약바이오 R&D 지원 강화 약속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면서 바이오 업계에서는 투심 회복과 생태계 개편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제약바이오 공약들을 기반으로 정책 구체화와 산업 발전 가능성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가 공식 출범한 가운데 전략적 R&D(연구개발) 투자 시스템 구축을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주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기간 동안 신산업 집중육성 10대 과제에 제약·바이오 산업을 포함시키고 정부 주도의 투자 확대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을 위해 국가 투자 확대와 보상체계 마련을 중심으로 한 여러 보건의료 공약들을 내세웠다. 또한 ‘글로벌 5대 바이오 강국’ 도약을 목표로 바이오 산업을 첨단 산업으로 지정,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내세운 ‘K-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한 6대 첨단 산업으로 바이오·헬스케어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전략적 R&D(연구개발) 투자 시스템 구축과 같은 성과도출·공공환원형 지원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바이오 특화 펀드 등 투자 생태계 구축 및 전문 인력을 집중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도 의약품 접근성·혁신성 향상을 위한 위험분담제(RSA) 적용 확대 추진, 지속 투자와 혁신 창출을 고려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 개선 등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계획도 제시했다.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 해소와 공급 안정 체계 구축도 공약했다. 희귀·난치질환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일환으로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등에 대한 건보 등제 제도 개선이 언급됐다. 소아비만과 소아당뇨에 대해서는 관리를 강화해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 불황에 따른 투심 악화와 수년간 지속됐다. 투자 유치 불확실성은 바이오 벤처들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연구 중단, 상장 폐지 이슈도 빈번해졌다.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중소형 바이오 기업들이 중대형 기업들에 피인수 되는 사례를 비롯해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실직 사태도 발생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규모 R&D 예산 삭감으로 정부 과제 지원이 감소하는 등 업계 전반으로 여파가 커졌다. 무엇보다 의정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소형 제약사들은 종합병원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실적 악화 직격탄을 맞았다.
다만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큰 틀에서 벤처·스타트업 관련 R&D 예산이 대폭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산업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에 따른 축하 성명을 통해 “정부의 제약바이오 R&D 정책 기조는 실질적 성과 도출을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며 “정부의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예산 중 기업 등 산업 현장에 대한 지원 비중은 2023년 기준 13.5%로, IT(44.5%)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고 진단했다.
약가 제도 관련해서는 “산업계의 R&D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며 “예측 가능하고 통합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수익이 다시 연구개발로 선순환하는 구조를 이재명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향후 시행될 제약바이오 정책들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의정 갈등과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 예고 등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대기업들의 실적 호조와 신약 상업화, 글로벌 기술이전 등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의 흐름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유지되는 양상이었다. 다만 초기 연구 위주의 벤처들은 투자 시장에서 외면받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글로벌 혁신 신약의 FDA 승인, 미래 시장을 견인할 초기·임상 연구개발 측면에서 보면 올해 상반기 이 두 가지 요소 모두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줬다”며 “다만 관세, 약가인하, FDA 정책 변화 등 정책적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신약 개발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투심은 악화되었고 변동성 또한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약 개발은 막대한 선투자가 요구되는 만큼 산업 특성을 반영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여주기식의 예산 지원이 아닌, 정부 주도의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각 부처가 역할과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앞으로는 단발적인 정책이 아닌, 얼리스테이지 벤처 투자를 활성화해 대기업들과 협업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축이 중요하다”며 “점진적으로 외국 자본이 들어와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투자가 늘어나야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데, 기존 국내 규제들이 글로벌 흐름에 비해 뒤쳐지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폐쇄적인 투자 시장 조건들을 개선하고 제약, 바이오, 헬스케어를 각기 다른 분야로 보는 것이 아닌, 하나의 산업으로 총괄 운영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