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메디컬나우-복지부 실장열전⑤] 수평적 리더십 ‘정호원’
대변인, 홍보기획관·디지털소통팀 관할···장차관 이어 서열 4위 코로나 대외협력반장 강행군···연금국장 맡아 개혁 전략 마련 여당 파견돼 연금특위 간사 활동···22개월 대변인 근무, 비상진료안내
정부중앙부처 고위공무원 가급(구 1급)은 ‘관료사회의 꽃’으로 불리운다. 국과장을 통솔하고 부처 정책을 대통령실과 국회, 다른 부처에 ‘세일즈’한다. 업무추진비 사용 권한이 있고 보건복지부의 경우 무보직 서기관 이하 인사권도 가진다. 업무능력은 기본이고 리더십과 인간적 매력을 소유해야 올라갈 수 있다. 반면 소관 정책을 책임져야 하고 대기업 임원처럼 계약직이라는 한계도 거론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6월 3일 대선이 시행돼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고 신임 장관이 부임하면 이들 거취가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에 시사저널e는 복지부 고위공무원 가급 관료를 분석하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차기 정부에서 차관 승진 가능성이 있는 실장 6명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 몫이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산하에 홍보기획담당관과 디지털소통팀을 관할한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8월 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 7개 정부중앙부처 대변인을 고위공무원 나급(구 2급)에서 고위공무원 가급으로 격상시켰다. 복지부의 경우 대변인은 장차관에 이어 공식 서열 4위다. 현재 복지부 대변인은 정호원 실장이다. 1966년 1월생인 그는 진주 대아고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84학번)를 졸업한 후 영국 요크대에서 사회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당초 정 대변인은 현대건설 사원으로 민간부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공무원인 부친 권유로 고시 공부를 뒤늦게 시작, 행정고시 40회에 합격하며 정통행정관료로 변신했다.
이후 복지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비서관실 행정관과 기초생활보장과장, 사회정책선진화담당관, 보건산업정책과장, 해외의료진출지원과장, 사회서비스정책과장, 연금정책과장, 인구정책총괄과장을 거쳤다. 이어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생명의과학센터장, 보육정책관, 코로나19 중앙수습본부 대외협력총괄반장, 연금정책국장,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역임했다. 그의 경력에서 눈에 띄는 사안은 두 번의 진보정권에서 대통령비서실로 파견돼 행정관만 2번, 선임행정관을 1번 역임한 것이다. 대통령실 파견을 두 번 나간 복지부 관료는 이기일 제1차관이나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 등 여러명 있지만 여당 수석전문위원까지 경험한 인물은 흔치 않다.
정 대변인이 관료 생활 중 달성한 성과는 적지 않다. 우선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돼 100대 국정과제 및 국정과제위원회 총괄관리, 국정과제 점검회의 실무지원 총괄, ‘2+5전략’ 수립 등을 담당하면서 능력을 인정 받았다. 기초생활보장과장 시절에는 정책위기 대응 6대 민생안정지원사업을 제안, 364만건 지원신청을 받아 318만건(87.4%)에 대한 각종 민생지원을 실행, 경제위기 조기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초로 각종 복지프로그램을 신설 또는 결합, 계층별, 욕구별, 능력별 맞춤형 지원을 했다.
보건산업정책과장으로 활동하면서 해외환자유치 활성화 전략을 수립하고 중동국비환자유지협약, 인재양성센터 설립 등을 통해 유치 실적을 8만명에서 30만명으로 3배 늘리고 의료관광사업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등을 실현했다. 보건산업정책국 주무과장이던 그는 2013년 해외의료진출지원과 설립에 참여해 직접 과장을 맡았다. 병원해외진출 전략 수립 및 지원을 통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오만, 중국, 러시아 등에 병원 및 의료인, 의료제도를 진출시키는 성과를 얻었다. 구체적으로 사우디 병원정보시스템, UAE 왕립병원 및 두바이재활병원 위탁운영계약 체결지원, UAE 의료인 면허 Tier1 인정, 건강보험시스템 컨설팅계약체결, 의료진 연수계약 지원 등이다.
사회서비스정책과장 시절에는 각 부처 8개의 다양한 복지바우처를 국민행복카드로 통합,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시행 인프라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2015년에는 국민연금정책과장으로 근무하며 국민연금 사각지대 축소를 추진했다. 이에 일용직 39만명이 신규 가입했고 전업주부 등 700여만명 추납, 비정규직 신규 가입, 실업크레딧제 도입이 실행됐다. 이어 인구정책총괄과장으로 발령받아 기존 저출산고령사회대책안을 검토해 여성의 경력 단절 원인인 초등돌봄공백 해소를 위한 ‘다함께돌봄사업’을 창안, 행정안전부와 공동으로 전국 10개 지역에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두 번째로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비서관실에 행정관으로 파견돼 100대 국정과제 추진상황 점검 총괄 및 생활안전 10대 정책 추진관리, 규제개혁 총괄 업무를 맡았다. 이후 사회정책비서관실(현 보건복지비서관실)로 옮겨 선임행정관으로 승진한 후 2018년 9월 ‘포용국가전략회의’ 행사 준비 총괄 및 사회정책전략 수립에 참여했다. 당시 온종일돌봄 및 다함께돌봄센터 확충 정책조정을 수행했다.
청와대 파견 근무를 마친 정 대변인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생명의과학센터장으로 복귀했다. 2019년 3월 질본 간부회의에서 대규모 감염병 발생 대비 신종감염병 대응전략 보완을 제안하기도 했다. ‘메르스’와 같은 신종감염병 유입 전 역학조사관 해외공관 파견 및 민간병원에 충분한 손실보상 법적 근거 마련 등 대응시스템을 미리 구축할 필요를 제안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이로부터 10개월이 경과된 2020년 1월 코로나19가 한국에 상륙했으니 그가 선견지명을 보였던 것이다. 2020년 9월 복지부로 복귀해 보육정책관을 맡은 그는 같은 해 12월 보육품질 개선 20대 과제를 수립하고 보조, 대체교사 3000명 확충, 누리과정 보조금 확대 및 시간보육 활성화, 영아수당 도입을 진행했다.
2020년 1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0개월은 그의 공직생활 중 대변인 다음으로 힘든 기간이었다. 코로나 중수본 대외협력총괄반장을 겸직하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 메시지 작성 및 주요안건 발굴 상정, 관계부처 및 지자체 등 실무회의 준비 및 운영, 대량발생현장 방문을 담당하는 강행군을 했다. 2021년 2월 중수본-중앙방역대책본부 합동회의에 4차 유행 대비 주요 방역전략수단 보완방안을 보고했다. 당시 보고 내용은 신속자가진단키트 개발 활용, 방역정보시스템 개선으로 조기알람 가능 실현 등이다.
2021년 10월에는 연금정책국장을 맡아 국민연금기금 운용인프라 확충계획 수립, 국민연금 제5차 재정계산 준비 및 연금개혁 포럼 운영, 연금개혁 추진전략 마련을 담당했다. 이어 2022년 8월에는 국민의힘으로 파견돼 수석전문위원으로서 복지부 및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 당정협의 및 입법 예산 과정 지원, 부처청과 여당간 가교역할을 했다. 특히 연금개혁특위 여당 실무간사로서 특위 운영계획 등 연금개혁방안 로드맵 수립 및 산하 민간자문위 운영, 공론화위원회 구성계획 수립 등 국회 연금개혁 실무작업을 수행한 사실이 눈에 띈다. 간호법과 응급의료, 유기아동대책 등 당정협의 15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2023년 8월 복지부로 복귀하며 대변인과 의사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소통협력반장을 맡아 연금개혁 및 의료개혁 관련 여론조성, 주요실행방안 홍보 등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해 의정갈등 와중에서 정 대변인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것은 비상진료안내였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현장 혼란을 예방하고 환자들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경증환자 동네 병의원 이용, 올바른 응급실 이용 문화 확립 등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추석 연휴에는 응급실 위기를 무사히 넘겼고 응급실 경증 환자가 20% 가량 줄어든 바 있다.
핵심 국정과제에 대한 복지부 정무직 기고나 인터뷰 등을 통한 대국민 소통도 정 대변인 주요 업무다. 구체적으로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복지부 언론소통은 362회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배 증가했다. 전 부처 중 구독자 인스타그램 1위, 유튜브 4위를 기록했다. 물론 의료대란 등 사회적 이슈가 많았던 기간이었지만 정 실장과 대변인실 직원들 노력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정 대변인 장점으로는 넓은 시야와 깊이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사회정책 및 경제정책 조화 차원에서 개별 정책 영향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시대적 상황이나 발전단계를 고려해 다음 정책 아젠다 창안과 정책화를 위해 노력해왔다는 평가다. 보건과 복지 업무를 두루 경험했으며 팀장과 과장, 국장을 거치며 축적한 연금정책 경험을 여당에서도 발휘했다. 맡은 업무에 대한 헌신과 실천력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어떤 문제가 주어지더라도 세부 조사를 통해 변수를 철저히 파악하고 대안을 찾은 후 의사결정자 및 이해관계자 이해 또는 동의를 구해 해결책을 마련해온 인물이 정 대변인이다. 의료대란이라는 엄중한 업무 속에서 새벽과 밤을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기자들 전화를 받는 것도 끈기가 필요한 업무로 판단된다.
동료 및 후배에 대한 인화력 및 지도력도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장점이다. 심지어 조직 부적응자나 게으른 직원들도 결국 공감, 잠재력을 깨워 조직에 대한 기여 및 최선을 다하게 했다. 정 대변인은 수평적 리더십으로 요약된다. 즉 일방적 상의하달식이 아닌 리더와 직원들이 수평적으로 논의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과거 정 대변인과 같이 근무했던 복지부 퇴직자는 “그가 후배들에게 잘해주는 것은 기본”이라며 “직원들과 수시로 상호협력하고 회의를 통해 소통하면서 정책이나 업무추진방향을 결정하는 구조를 운영해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복지부 퇴직자는 “그가 22개월간 대변인으로 근무하며 헌신적으로 고생한 건 누구나 인정할 정도”라며 “정 대변인은 소처럼 밀고 가는 추진력으로 대표되는 복지부 일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