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책 빠진 한국금융지주 밸류업, 투자자 호응할까
전날 밸류업 공시···2030년 자본 15조, ROE 15%가 골자 경쟁사와는 달리 구체적인 주주환원 계획은 밝히지 않아 일부 투자자 불만 목소리···중장기적 성장 의지는 기대 요소 평가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한국금융지주가 밸류업 공시를 내놓은 가운데 이번 공시가 주가 상승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본 확대와 ROE(자기자본이익률) 제고 등 중장기 성장 전략은 긍정적이지만, 배당 목표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구체적인 주주환원책을 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전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이른바 밸류업 공시를 한 것으로, 증권업계 내에선 여덟 번째 사례가 됐다. 밸류업 공시는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을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밝히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이다.
한국금융지주가 밸류업 정책을 내놓으면서 주가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금융지주의 주가는 올 들어 40% 넘게 상승했다. 특히 미국의 상호관세 여파로 증시가 흔들렸던 지난달 9일 이후에는 50%가량 올랐다. 관세 무풍지대로 조명받은 상황에서 호실적이 더해진 결과였다. 여기에 밸류업 정책까지 나오면서 새로운 모멘텀이 될지 주목되는 것이다.
우선 성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으로 읽힌다. 한국금융지주는 이번 밸류업 공시에서 오는 2030년 자기자본 15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한국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은 9조9872억원으로 5년 동안 현재의 50% 수준인 5조원이 넘는 자본을 쌓아야 한다.
이와 함께 2030년 ROE 15%도 내걸었다. 한국금융지주 설립 이후 평균 ROE는 12.1%이며 최근 5년 동안은 평균 14.4%를 기록했다. 15%가 최근 ROE 평균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통상 자기자본이 커질수록 높은 ROE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거나 높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목표로 해석된다.
한국금융지주는 이 같은 성장을 위해 자산운용 수익률을 개선하고 해외 자산 투자와 같은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으로 신규 수익원을 발굴할 예정이다. 아울러 IMA(종합투자계좌) 진출과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운용자산 및 수익을 확대하고, 리스크 관리 체계 개선으로 이익 변동성을 축소할 계획이다. 또 해외투자와 보험사 인수 등을 통한 신성장 동력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주환원책이 빠졌다는 점에서 주가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국금융지주의 밸류업 정책에는 배당 목표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과 같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경쟁사들이 구체적인 숫자를 통해 주주환원책을 제시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오히려 그동안 투자자들이 한국금융지주의 밸류업과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기대했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이날 어느 한국금융지주 종목토론방에서는 ‘주주가치 제고가 아닌 제거’,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주주환원이 안 들어가나요?’, ‘주주를 개돼지로 안다’ 등과 같은 불만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밸류업보다는 실적과 업종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 심리를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증권주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실적 개선 기대뿐만 아니라 새롭게 들어설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과 같은 요소들에 따른 것”이라며 “당장의 밸류업보다는 저(低)PBR(주가순자산비율) 정책, 상법 개정 등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국금융지주는 전날보다 0.2% 오른 10만100원에 장을 마쳤다. 한국금융지주는 전날 대비 0.2% 상승으로 출발해 장중 1.4% 상승하고 1.8% 하락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