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부채비율 증가에도 ‘방긋’···선박 인도 후 매출 전환
꾸준한 일감확보에 부채 증가···100% 넘어선 도크 가동률 휴일·주말 잔업에 행복한 비명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가 늘어나는 부채비율에도 반색하는 모습이다. 산업 특성상 부채비율 증가는 부정적이 아닌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인도하기 전까지 매출이 아닌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2023년 말 부채비율은 160.0%, 올해 1분기는 172.8%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은 223.4%에서 257.5%로 34.1%포인트(p) 증가했다. 삼성중공업의 1분기 부채비율은 3사 중 가장 높은 327.5%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 증가는 재무 흐름이 예전보다 나빠졌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조선업계의 경우 부채비율 증가는 재무구조 악화가 아니다. 업계 특성상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져서다.
헤비테일 방식은 초기 선수금을 적게 받은 후, 선박 건조·인도 시점에 대금을 몰아 받는 것이다. 선박 건조 과정은 RG(금융기관 보증) 발급 후 배를 설계해, 강재를 절단하고 블록별로 조립해 마지막 시운전을 거쳐 발주처에 인도한다. 이 과정에서 선박 대금 일부를 진행 과정에 받는다.
건조 단계에서 약 40%를, 선박 인도 시점에 나머지 60%를 받는다. 이를 통해 현재 수주계약을 체결한 신규 일감은 2~3년 후 실적에 반영돼 ‘부채’로 인식된다. 조선 3사의 부채비율이 높아진 것은 늘어난 일감 대비 인도 선박이 적어서라고 볼 수 있다.
조선 3사의 올해 1분기 도크 가동률을 보면 HD한국조선해양 106.1%, 한화오션 100.2%, 삼성중공업 117.0% 등이다. 가동률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조업이 가능한 날 이외에도 휴일이나 야간 조업 등으로 작업 시간을 늘렸다는 뜻이다.
조선 3사의 1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134조473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28조4249억원) 대비 4.7% 증가했다. 일감이 가득한 상황에서도 신규 계약이 꾸준히 이뤄졌다는 뜻이다. 부채비율이 높아진 것도 신규 계약이 이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업계 관계자는 “부채 및 부채비율 증가는 일감 확보량이 꾸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동시에 최근 인도하는 선박의 경우 환율상승으로 수익성이 크게 증가해 실적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곳간에 가득한 일감과 호실적에 힘입어 대규모 투자로 생산능력을 늘릴 방침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조원을 생산설비 투자에 활용하는데, 이 중 8800억원을 조선 설비 증설에 투입한다.
한화오션은 초대형 부유식 도크와 해상 크레인 도입에 6000억원을, 삼성중공업을 내년까지 6500억원을 생산설비 확대에 투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