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약가 종근당 ‘루센비에스’ vs 삼성 ‘아멜리부’···승자는? 

아멜리부주 약가 내달 15만원 인하···루센비에스와 같아 삼성에피스, 가격경쟁력 감안한 듯···동일 약가서 영업 주목 종근당 “인하 영향 크지 않다”···삼일 “베바시주맙 환자 스위칭”

2025-05-20     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주’의 바이오 시밀러(복제약) ‘루센비에스주’에 이어 ‘아멜리부주’도 다음 달 가격을 인하한다. 이에 향후 동일약가인 종근당 루센비에스주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아멜리부주 경쟁이 예상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생산하고 삼일제약이 유통하는 아멜리부주10mg이 오는 6월 1일자로 자진해 15만원으로 가격을 인하한다. 앞서 2023년 1월 46만 3773원에 등재된 아멜리부주10mg은 같은 해 3월 35만원으로 가격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이번 사례가 두 번째 약가인하로 분석된다. 공교롭게 15만원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종근당 루센비에스주10mg과 동일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아멜리부주10mg과 루센비에스주10mg은 루센티스주10mg의 바이오 시밀러다.

/그래픽=정승아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이번에 15만원으로 아멜리부주10mg 약가를 낮추는 것은 루센비에스주10mg를 의식한 조치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약가 인하와 관련, 구체적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삼성에피스 관계자 B씨는 “회사 영업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가격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아멜리부주10mg 약가를 자진 인하한 것으로 판단한다. 현재 아멜리부주10mg 가격이 35만원인데 비해 루센비에스주10mg는 15만원에 공급돼 두 배 이상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흔히 업계에서 지칭하는 가격 경쟁력과 영업력은 품목별 차이가 다양한데 루센티스주 바이오 시밀러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은 영업력에 비해 다소 우위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가격 경쟁력과 영업력 비중은 상황에 따라 적지 않은 차이가 발생,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루센비에스주10mg를 담당하는 종근당 영업력이 업계 최고 수준이며 아멜리부주10mg를 영업하는 삼일제약도 안과 시장 영향력이 커 가격 경쟁력에서 뒤졌던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분석했다. 참고로 아멜리부주10mg 생산과 허가, 약가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영업과 마케팅은 삼일제약이 권한을 갖고 있다.

이처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아멜리부주10mg 가격을 인하하자 종근당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멜리부주와 동일한 2023년 1월 종근당이 30만원에 등재 출시한 루센비에스주10mg은 이듬해인 2024년 2월 15만원으로 자진 인하한 바 있다. 당시 종근당은 환자 편의를 고려해 약가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종근당의 당시 약가 인하는 1년 판매 경험을 토대로 루센티스주 시밀러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관건이라는 전략 하에 단행된 것”으로 분석했다. 참고로 오리지널인 노바티스 루센티스주10mg는 기존 82만 636원에서 2023년 3월 57만 9716원으로 인하됐다. 약제급여목록에 바이오 시밀러가 등재됨에 따른 강제 약가 인하였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종합하면 아멜리부주10mg 가격은 2023년 1월 46만 3773원에서 2023년 3월 35만원으로, 이어 2025년 6월 15만원으로 인하된다. 루센비에스주10mg 가격은 2023년 1월 30만원에서 2024년 2월 15만원으로 떨어졌다. 객관적으로 분석해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종근당 가격정책을 일부 벤치마킹해 가격을 인하한 것이 시점상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6월 1일부터 종근당과 삼일제약이 영업 현장에서 어떤 실적을 올리느냐가 핵심으로 부상했다. 출시 후 2년간 경쟁이 몸 풀기였다면 같은 약가로 경쟁할 경우 어느 제약사가 루센티스주 시밀러 시장에서 많은 실적을 기록하느냐가 중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2023년 1월 바이오 시밀러 등재에 따른 약가 인하로 오리지널 루센티스주10mg 매출 규모가 줄었다. 반면 루센비에스주10mg과 아멜리부주10mg 매출은 지난해부터 일부 상승세로 파악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바이오 시밀러가 2개 품목이어서 루센티스주10mg 가격 인하율이 30%에서 멈췄다”며 “종근당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수차례에 걸쳐 약가를 낮춘 것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됐지만 오리지널에서 시밀러로 처방이 변경된 정도는 예상보다 낮다”고 말했다.

루센비에스주10mg과 아멜리부주10mg 매출은 루센티스주10mg에 비교하면 점유율이 극히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실제 종합병원 약사위원회를 통과하려면 최근 1년에서 1년 6개월 가량 시간이 소요되는 등  시장 안착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삼일제약도 지난해 상반기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비롯, 38개 종병 약사위원회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약사위원회를 통과해야 해당 의료기관 처방과 문전약국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다. 

종근당과 삼일제약도 영업력을 강조하며 전열을 다듬고 있는 분위기다. 종근당은 루센비에스주10mg이 국내 황반변성 치료제 시밀러 중 첫 번째 출시돼 임상 및 처방 경험을 바탕으로 입지를 다져왔으며 선제적 가격 인하를 통해 환자들에게 폭넓은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종근당 관계자 E씨는 “이미 루센비에스주10mg이 경제적 가격으로 2024년 2월부터 시장에서1년 넘게 사용되고 있어 아멜리부주10mg 가격 인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삼일제약은 이번 아멜리부주10mg 약가 인하를 기회로 소비자 접근성 개선을 기대하며 적극 영업에 나설 태세를 보이고 있다. 아멜리부주가 대규모,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점, 미국 FDA(식품의약국), EMA(유럽의약품청) 승인을 받은 점 등을 알리겠다는 구상이다. 망막전담팀을 통한 전문성과 시장 커버리지를 활용, 영업 및 마케팅 활동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삼일제약 관계자 F씨는 “급여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가격적 이유로 ‘베바시주맙’을 투여 받는 환자들을 스위칭할 예정”이라며 “최근 경쟁제품인 ‘애플리버셉트’ 바이오 시밀러 제품 공급 이슈에 따라 ‘아일리아’ 시밀러 시장을 대체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결국 종근당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루센티스주 시밀러 2개 품목이 다음 달부터 동일약가로 경쟁하게 됐다. 그동안 약가 인하를 통해 시장 분위기를 경험한 두 제약사가 본격 영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