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연 없이 電力 질주”···포르쉐, 韓 전동화 비중 과반 돌파

지난 1~4월 BEV·PHEV 판매 비중 53.6% 전기차 캐즘 고려···“내연기관車도 지속 제공”

2025-05-14     최동훈 기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포르쉐 코리아가 창립 이후 올해 처음 하이브리드차, 전기차(BEV) 등 전동화 차량의 판매 비중 50%를 돌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포르쉐가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동력원별 신차를 제공하는 전략을 펼친 결과 한국에서 전동화 차량 판매 성과를 올렸단 분석이다.

1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1~4월 포르쉐 국내 전동화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300대) 대비 531.7%나 증가한 1895대로 집계됐다.

포르쉐 코리아 전동화 차량 판매 추이. / 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같은 기간 전동화 차량 판매 비중은 10.3%에서 43.6%p 상승한 53.9%를 기록했다. 창립 이후 매년 1월부터 누적 집계한 비중으론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포르쉐는 ‘스포츠카=내연기관차’라는 시장 일각의 고정관념을 깨고 전동화 차량 성과를 확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같은 기간 포르쉐 외 전동화 신차 판매 비중이 과반을 넘은 브랜드는 렉서스(99.7%), 메르세데스-벤츠(98.9%), 토요타(97.7%), BMW(83.1%), 랜드로버(74.3%), 혼다(70.0%), 폭스바겐(57.6%) 등 7곳에 그친다. 테슬라, 폴스타, BYD 등 전기차 브랜드 3곳을 제외한 KAIDA 회원사 23곳 중 26.9% 수준이다. 전기 모터 구동력만으로 주행 불가능한 마일드 하이브리드차 판매 실적을 배제하면 해당 브랜드 수는 5곳(벤츠, BMW 제외)으로 줄어든다.

포르쉐 카이엔 E-하이브리드. / 사진=포르쉐 코리아

포르쉐 코리아가 가장 많이 판매한 전동화 모델은 준대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카이엔 E-하이브리드(544대)다. 작년 5월 이후 성능별 라인업이 순차 출시된 카이엔 E-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카이엔 라인업 중 가장 강한 구동력을 발휘하고 높은 운행 효율을 달성하는 등 특징을 갖췄다.

대형 스포츠 세단 파나메라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426대)도 내연기관 모델의 팬덤을 계승했단 평가다. 포르쉐 하이브리드 모델은 기존 순수 내연기관 모델보다 월등히 개선된 성능을 갖춘데 비해 합리화한 가격 정책과 옵션 선택폭 덕분에 호응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2025 서울 모빌리티쇼 현장에 전시된 타이칸 터보 GT. / 사진=포르쉐 코리아

포르쉐 첫 전기차 타이칸(636대)이 브랜드 전동화 모델 중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됐다. 지난 2020년 1월 국내 출시된 타이칸은 강력한 주행성능을 발휘하는 동시에 내연기관차와 차별화된 주행 감성으로 수요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출시된 두 번째 전기차 마칸 일렉트릭(279대)도 주행성능과 실용성으로 호평받고 있다.

포르쉐 코리아가 초기 판매 성과를 확보하기 위해 금융 할인 상품을 선제 도입하는 등 프로모션 혜택을 제공한 점도 수요 창출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포르쉐 코리아는 두 전기차 모델 성과에 힘입어 전기차(915대) 판매 비중(26.0%)을 전년 동기(8.8%) 대비 17.2%p 확대했다.

포르쉐 코리아가 현재 흐름을 유지하면 올해 전동화 판매 비중이 처음 과반을 차지할 전망이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22년 3월 경영실적 발표 현장에서 “2025년 포르쉐 신차 판매량의 절반이 전기차, 즉 순수전기차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에서 나올 것”이란 전망이 한국에서 실현된 셈이다.

지난달 4일 경기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5 서울모빌리티쇼의 포르쉐 부스 방문객들이 전시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 글로벌 전기차 판매 80% 목표 주춤했지만  “여전히 지향”

다만 포르쉐 코리아의 전동화 성과 이면엔,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추세 속 판매 목표 재검토가 이뤄지는 등 고민이 담겼단 분석이다. 포르쉐는 2022년 3월 실적 발표 당시 “2030년까지 글로벌 순수전기차 판매 비중을 80%로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년여만인 작년 7월 보도자료를 통해 “수년 전 생각했던 것보다 전기차 전환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포르쉐 제품 전략은 (여전히) 2030년까지 순수전기차를 80% 인도하도록 설정됐지만 이는 고객 수요와 전동화 모빌리티 발전에 달렸다”고 전했다. 부품 수급난, 가격 하락세 둔화, 고물가 등 변수들이 복합 작용한 결과 글로벌 전기차 등록대수가 감소한 가운데 공언한 내용이다.

포르쉐 코리아도 본사 전략 아래. 다양한 동력원 신차를 마련해 고객들의 여러 가지 수요를 충족시킨단 방침이다. 마티아스 부세 포르쉐 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본사의 전동화 전환 목표가 어느 정도 조정될 수 있지만 궁극적인 전략은 변경하지 않았다”며 “지역별로 동력원별 신차 포트폴리오를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지만, 한국에선 분명히 (본사의) 전동화 모빌리티 전략을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포르쉐 코리아는 전동화 모델 판매 확대를 추진하는 동시에 고객 서비스 기반 확장에 힘쓸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올해 충전 인프라, 전기차 전용 서비스 시설을 확충하고 전문 서비스 인력도 증원할 예정이다.

서울 성동구 용답동 소재 포르쉐 서비스센터 성수에서 전문 테크니션이 전기차를 정비하고 있다. / 사진=포르쉐 코리아

지난 2월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 개점한 ‘포르쉐 서비스 센터 성수’엔 전기차 화재 확산 지연 시스템 쿼런틴 에어리어(Quarantine Area)가 구축됐다. 이와 함께 고전압 테크니션, 고전압 전문가 등 인력 9명을 배치돼 차량 정밀 진단, 정비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밖에 센터내 320㎾ 초급속 충전기 4기를 포함한 충전기 31대가 구축됐다.

포르쉐 코리아 관계자는 “시설 확충을 통해 전동화 전략을 강화하고 전기차 전용 시설에 대한 신뢰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전기차 뿐 아니라 내연기관, 고성능 하이브리드를 아우르는 제품 전략으로 고객 선택폭을 지속 확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