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후순위채 상환 공방 악화일로···업계 파장은
롯데손보, 9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조기상환 절차 강행 금융당국, 자본건전성 규정 미충족 지적···업계 파장 주시 채권 시장 전반 신뢰 악영향 우려···흥국생명 사태 재연 가능성도 "당분간 금융·채권시장 밀착 모니터링···특이사항 발생 시 시장안정조치로 즉각 대응"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조기상환(콜옵션)을 두고 금융감독원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금융당국이 자본건전성 규정 미달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음에도 롯데손해보험이 강행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면서 업계도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롯데손해보험 사례가 채권 시장 전반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22년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 상환을 거부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위기 상황이 불거졌던 사태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후순위채권 콜옵션을 확정적으로 행사하며 공식 상환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롯데손해보험은 설명자료에서 채권자들과 상환을 위한 실무 절차를 거치고 있고 수일 내 상환 절차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 조기상환 추진에 대해 "법령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8일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 조기상환 관련 현안 브리핑을 열고 "롯데손해보험이 당국 및 시장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조기상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매우 유감"이라며 "롯데손해보험이 계약자 및 채권자 보호에 필요한 적정 재무요건을 회복할 수 있을지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후순위채 상환을 두고 금융당국과 롯데손해보험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당국과 롯데손해보험이 서로 갈등에 빠진 배경은 대출 상환으로 인한 건전성 하락과 연관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롯데손해보험의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이 150%를 하회했다고 집계했다. 지난해(154.6%)와 비교해 4%포인트 이상 수치가 내려간 셈이다.
현행 보험업법상 후순위채 등 콜옵션을 행사하려면 상환 이후 지급여력비율이 150%를 넘겨야 한다. 이 외에는 후순위채 차환을 발행해야 한다. 차환은 발행한 채권 원금을 상환하기 위해 새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감독원의 지적대로라면 롯데손해보험은 후순위채 콜옵션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 상환과 미상환 중 어느 쪽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더 합당한지를 놓고 양측의 공방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엄중조치를 예고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더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적기시정조치 등 금융감독원의 제재가 이뤄진다면 이를 두고 법적 공방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롯데손해보험 사례가 보험업권 자본성증권 투자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2022년 11월 흥국생명이 차환에 실패하면서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를 연기한 사례가 있지만 요건 미충족에 따른 금융당국 승인 거절로 조기상환이 지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자본성증권이 예정된 시점에 조기상환 되려면 자금확보 및 유동성 관리뿐만 아니라 K-ICS 비율 등 재무건전성의 안정적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 이번 사태 이후 재각인됐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흥국생명의 후순위채 상환 지연 사태로 발생했던 채권시장 경색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22년 흥국생명의 후순위채 콜옵션 지연 사태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국내 회사 발행 외화표시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등 파장이 야기된 바 있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채권시장 내 롯데손해보험에 대한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평판 저하로 자본성증권 신규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급여력비율이 낮은 회사들의 발행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며 "조기상환 요건 충족을 위한 충분한 버퍼를 보유하지 않은 회사의 경우 투자수요 부진으로 목표 물량만큼 발행하지 못하거나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롯데손해보험 재무상황에 대한 평가 결과가 확정 되는대로 상응하는 조치를 신속히 취해 나갈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분간 금융시장 및 채권시장을 밀착 모니터링하고 특이사항 발생 시에는 시장안정조치로 즉각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