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도, 유가도 하락’···한국전력, 긴 터널 벗어날까

한 달 동안 27% 급등···2016년 고점엔 한참 못 미쳐 비용 절감에 우호적인 환경 조성···방어주로서도 관심↑ 외국인 연일 순매수···전기 요금 인상 등 모멘텀 부족 평가도

2025-05-07     송준영 기자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대표 유틸리티 종목인 한국전력이 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원·달러 환율과 국제 유가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방어주로서 긍정적인 부분이다. 다만 추가적인 모멘텀을 위해선 전기 요금 인상 가시화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지난달부터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일 장중 2만900원까지 내렸던 한국전력은 이날 2만6600원까지 27.2% 올랐다. 코스피가 이 기간 5% 가량 상승한 것을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전력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10일 이후 17거래일 연속으로 한국전력을 순매수하고 있다. 이 기간 순매수 금액만 2538억원이다. 이는 한화오션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떠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매수세다.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한국전력이 오랜만에 오름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과거 주가를 회복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태다. 한국전력은 2016년 5월 6만3700원까지 상승하며 시가총액 40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다 국제 유가 상승과 정부의 전력 정책에 따른 경영난 등 영향으로 10년 가까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당시 주가를 회복하기 위해선 여전히 주가가 두 배 넘게 상승해야 한다.

다만 최근 한국전력을 둘러싼 환경은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 원·달러 환율이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한국전력이 발전자회사나 민간에서 전기를 사오는 기준인 전력도매가격(SMP)은 LNG 등 최종단계 발전원료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그만큼 환율 영향이 커 환율이 10원 오를 때 한국전력은 2000억원 이상의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달러당 1380원에 장을 열었는데 이는 한 달 전 1480원대에서 큰 폭으로 내린 수치다. 연휴 동안 대만달러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 강세와 연동된 결과다. 시장에선 대만 정부의 대만달러 강세 용인설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미국 경기 불안에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추가적인 환율 하락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한국전력엔 긍정적이다. 올해 초 8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던 국제 유가는 배럴당 50달러대까지 내려왔다. LNG 가격도 내렸는데 4월 기준 유럽 내 LNG 벤치마크 가격은 1MMBtu당 11.48달러로, 전월의 13.21달러에서 하락했다.  

이는 한국전력의 비용 감소에 따른 실적 증대 요인이다. 신한투자증권이 지난달 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유가, LNG 가격, 유연탄 가격) 하향 안정화 지속으로 인해 지난 1분기 연료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 감소, 구입전력비가 15.2% 감소할 것을 예상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올해 연간 연결 영업이익 전망치도 종전 12조6733억원에서 14조1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부분도 한국전력의 존재감을 높이는 요소다. 한국전력이 포함된 유틸리티업종은 전통적으로 방어주 역할을 해왔다. 특히 관세 영향에서 자유롭다는 점에서 이른바 ‘관세 회피주’로도 분류된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관세 영향에 변동성이 확대됐던 지난달 초 한국전력에 대해 방어주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자극할 모멘텀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근본적으로 한국전력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데, 조기 대선과 3분기 전력 성수기를 고려하면 전기 요금 인상이 일러야 올해 4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