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국내생산↓···고급차 수요감소·해외생산 확대 영향
1분기 4만7000여대, 2년 연속 감소···업황 악화에 고전 美·中 생산확대 추진···“개선된 신차로 국내 생산 늘릴 것”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제네시스 신차의 국내 생산량이 최근 고급차 수요 감소, 해외 생산 확대 등 요인 때문에 예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7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제네시스 신차 국내 생산 대수는 전년동기(5만2792대) 대비 10.1% 감소한 4만7469대로 집계됐다.
최근 5년 중 2023년 1분기(5만6702대)까지 2년 연속 증가했지만 이후 올해까지 매년 감소했다. 생산대수는 판매실적 추이에 비례했다. 제네시스 글로벌 판매대수는 2021년 4만4000대(천 단위에서 반올림)에서 2023년 5만2000대로 증가했다. 작년 5만6000대로 최근 5년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증가폭이 축소됨에 따라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올해 1분기 판매실적은 2023년과 비슷한 규모를 보였다.
◇ 지난 1분기 내수 3만대 못 미쳐···유럽선 주력 모델 단종
판매량 감소 요인으로는 제네시스 최대 시장인 국내 실적 위축이 지목된다. 제네시스 내수 판매대수는 2021년 3만2884대에서 2023년 3만786대로 감소했다가, 올해 2만9642대로 최근 5년간 1분기 중 처음 3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고급 수입차 업체들이 일정 규모의 판매실적을 유지해 제네시스와 수요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또 전기차 판매가 줄어 제네시스의 신차 선택지가 더욱 줄어든 형국이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브랜드 신규 전기차와 플랫폼(E-GMP)을 공유하는 제네시스 준중형 전기차 GV60의 판매대수는 2022년 1분기 1211대에서 올해 1분기 24대로 급감했다.
이뿐 아니라 제네시스는 비교적 다양한 종류의 신차를 들여올 수 있는 수입차 업체에 비해 고객층을 넓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분기 제네시스 신차 중 전년 대비 판매량이 증가한 모델은 올해 부분변경모델 출고 개시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70(8596대) 1종에 불과하다.
2021년 재진출한 유럽에서 고전하고 있는 점도 국내 생산을 줄인 배경으로 분석된다. 제네시스는 현재 영국, 독일, 스위스 3개국에서 신차를 일부 판매하고 있다. 이 중 영국에선 GV60, G80 전기차, GV70 전기차, GV70 등 4종만 신차 판매되는 중이다. 초대형 세단 G90는 독일, 스위스에서만 구매 가능하다. 제네시스는 전동화 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내연기관차 모델을 판매 중단했단 입장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토종 고급차 브랜드의 텃밭인 유럽에서 고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 美 생산 모델 추가 준비, 中 생산도 추진
제네시스가 한국 외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신차 현지 생산을 늘리는 점도 국내 생산을 줄인 요인으로 꼽힌다. 제네시스와 함께 현대차, 기아는 주요 시장인 미국 내 입지 강화를 위해 신차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현재 미국 앨라배마주(州) 공장에서 GV70, GV70 전기차 등 2종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 2023년 2월 GV70 전기차, 7월 GV70를 순차 출고하기 시작해 현지 수요에 대응하는 중이다. 이 중 GV70는 작년 앨라배마 공장에서 2만1398대 생산돼 같은 기간 수요(2만9920대, 카피규어) 대다수를 충족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개소식을 가진 조지아주(洲)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제네시스 신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 기아 뿐 아니라 제네시스의 전기차·하이브리드차를 추후 양산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차종은 공개되지 않았다. 제네시스는 지난달 미국에서 역대 4월 최다 판매량 6307대를 기록하는 등 올해 성장세를 이어온 가운데 신차 현지 생산으로 입지를 더욱 다진단 전략이다.
이밖에 제네시스는 지정학적 이슈 속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중국에서 현지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주지앙(朱江) 제네시스 중국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중국 경제지 이코노믹옵저버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 신차를 전량 수입하던 전략을 바꿔 연구개발(R&D), 생산을 현지화할 것”이라며 “향후 3~5년 내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 등 신에너지차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제네시스 “볼륨보다 수익성 개선에 힘쓸 것”
현대차 글로벌 판매의 5% 가량 비중을 차지하는 제네시스의 생산 감소는 현대차 수출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단 분석이다. 제네시스 생산량이 비교적 높았던 2023년 1분기 현대차의 승용차 수출 대수는 26만922대로 전년 동기(21만6095대) 대비 20.7%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올해 1분기엔 27만1299대로 전년동기(26만9928대)보다 0.5% 늘어난데 그쳤다.
제네시스는 글로벌 생산 전략이 확장되는 산업 추세를 따르는 한편, 대형차나 하이브리드차 같은 고부가 모델을 출시해 수익성을 강화한단 전략이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 3월 26일 HMGMA 준공식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나 “미국에서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국내(한국)에서 내수 진작, 수출 확대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신차) 상품성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글로벌 디자인본부 최고디자인책임자(CDO) 겸 사장도 지난 4월 7일 영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 익스프레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제네시스는 주력 차급의 차종을 다양하게 보유할 것이고 이를 양산할 준비도 돼 있다”며 “우린 더 작은 차에 관심갖거나 판매량을 추구하기보다 수익성과 명성을 추구한다. 현대차, 기아와 수요 간섭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과 브랜드 입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