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공동개발 딜레마···‘KDDX’ 보류에 또 보류
방추위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한 KDDX 사업방식 선정 현대重·방사청 내부위원, 수의계약 주장···“현실적으로 어려운 공동개발” 한화오션·외부위원, 해외 성공사례 통해 가능하다고 반박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프로젝트의 사업자 선정 방식 선정이 또 보류되면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두고 방위사업청이 수의계약이나 공동개발 등의 판단을 내리지 못하면서 우리 군의 전력보강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방위사업청 주관으로 지난달 30일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는 KDDX 상세설계 및 사업자 선정 방식이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같은달 24일 열린 방사청 사업분과위원회에서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공동개발 등을 두고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보류해서다.
방사청 내부위원들은 수의계약에 찬성했지만, 6명의 외부위원이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설계를 하는 관행을 들어 수의계약을 주장한다. 반면 한화오션은 공동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쟁입찰은 전력화 지연과 양 사 갈등이 커질 수 있는 우려에 선정 가능성이 낮다.
현대중공업과 방사청 내부위원 측은 현실적인 문제로 공동개발이 어렵다고 말한다. 상세설계 과정에서 전체 공정에 대한 설계가 이뤄지는 만큼 선도함 건조와 나눠서 추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공동개발의 대표적 실패 사례는 2017년 취역한 영국 해군 6만5000톤(t)급 함정인 ‘퀸 엘리자베스호’다. 여러 업체가 수주를 놓고 갈등을 빚자 현지 정부는 5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에 착수하도록 했다.
그러나 공동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증가와 일정 지연, 책임 소재 불분명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당초 예상보다 비용이 30~40% 늘어났고, 해상 시험 중 누수와 같은 치명적 결함이 발생하기도 했다.
공동개발을 주장하는 한화오션과 외부위원들은 두 기업의 협업으로 기간단축 및 1·2번함이 조선소별 도크에서 각각 건조가 가능해 적시 전력화에 더 적합한 방안이라고 말한다.
해외 성공 사례도 있다. 프랑스 나발그룹과 이탈리아 핀칸티에리가 공동개발한 ‘프렘 호위함’이 대표적이다. 이 함정은 2005년 공동개발이 시작돼 두 국가의 방산기업이 긴밀한 협력·기술공유로 2012년 성공적으로 초도함을 건조했다. 현재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각각 8척씩 도입해 운용 중이다. 아울러 모로코와 이집트, 미국 등에도 31척을 수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방추위를 이끌 위원장인 국방부 장관이 수개월째 공석이어서 제대로 된 진행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지적한다. 업계에서도 차기 정부에서 새 내각이 구성돼야 KDDX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사업선정 방식 갈등으로 1년이나 늦어진 군 전력보강이 또다시 수개월 더 지연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사청이 하루 빨리 사업방식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이라며 “방추위에 안건으로 올라가지 않아 전력화 일정에 또 차질이 빚어진 만큼 신속한 결정으로 군 전력화가 더 이상 늦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