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고혈압藥 ‘카나브’ 매출 하락 위기···약가인하 가능성
카나브 제네릭 4품목, 내달 등재···약가 30%↓ 전망 카나브 연간 처방액 600억대···이노엔에도 영향 심평원 이의 신청 추정···보령은 특허 소송에 기대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보령의 국내개발신약 ‘카나브’가 매출 하락 위기를 맞고 있다. 제네릭(복제약) 등재로 인한 약가 인하 가능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전날 서면심의를 통해 급여결정 신청 약제들 급여를 결정했다. 이번 심의에서 4개 제약사의 카나브 제네릭 품목 급여와 약가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제약사와 품목은 알리코제약 ‘알카나정’과 대웅바이오 ‘카나덴정’, 동국제약 ‘피마모노정’, 한국휴텍스제약 ‘휴나브정’(무순)으로 파악된다. 해당 품목 약가를 구체적으로 보면 알카나정60mg 가격은 382원, 30mg은 261원이다. 카나덴정과 피마모노정, 휴나브정의 경우 30mg은 200원, 60mg은 292원에 등재된다.
핵심은 보령의 국내개발신약이며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약가 인하 여부다. 의약품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비스트’ 기준 지난해 카나브 원외처방금액은 658억원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약가 인하가 실제 발생할 경우 단일제인 카나브의 복합제에도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단일제와 복합제를 합친 카나브패밀리는 지난해 1509억원 매출을 올렸는데 보령 전체의 14.8%를 점유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제네릭 품목이 5월 1일자로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되면 오리지널인 카나브 가격은 일단 현재의 70%로 하향 조정된다. 카나브 함량별 가격을 보면 30mg 439원, 60mg 642원, 120mg 758원이다. 여기에 제네릭 최초 등재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제네릭 등재가 3개 품목 이상일 경우 오리지널 가격의 53.55%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즉 2026년 5월에는 카나브 가격이 사실상 반토막 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조 클럽에 가입한 상황에서 보령 핵심 품목 카나브 약가 30% 인하는 그만큼 매출이 하락할 수 있다는 상황을 의미한다. 지난해부터 카나브를 공동판매하는 HK이노엔 매출에도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현 상황에서는 오리지널과 제네릭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카나브 약가 인하로 볼 수 있다”며 “매출이 700억원 가량으로 판단되는 품목 약가가 30% 떨어지는 상황도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이에 카나브 약가 인하를 막으려는 보령 대응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보령은 법적 대응 등 종합적 절차를 계획하고 있지만 세부 사항 공개는 유보한 상황이다. 우선 거론되는 것이 약가 인하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이의를 신청하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제네릭 등재에 따른 약가 인하에 대해 해당 제약사들이 빈번하게 제기하는 것이 심평원 이의 신청”이라며 “지난 1월 제네릭이 급여 등재된 삼아제약 비염 치료제 ‘씨투스정’ 이의 신청이 수용된 사례도 있어 보령도 이의를 신청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확인을 유보했다.
또 보령이 기대를 거는 대응책은 특허 소송으로 파악된다.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인 용도특허 관련 2심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카나브 제네릭 판매업체들은 특허 소송 결과와 제네릭 출시가 무관하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카나브 적응증인 ‘본태성 고혈압’과 ‘당뇨 환자 단백뇨 감소’ 중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제네릭 업체들은 본태성 고혈압 허가만 획득했기 때문에 특허 소송과 현재 상황을 별개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보령은 카나브 용도특허가 두 적응증과 관련 있다는 논리로 제네릭 출시와 연관시키는 전략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법원 2심 결과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단, 카나브 제네릭 4개 품목 등재와 별도로 출시는 지연될 가능성이 예고된다. 4개 제약사 중 주관사 격인 알리코제약 관계자 D씨는 “(카나브 제네릭) 출시는 특허 관련, 전략적으로 시점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특허 관련 사안도 있고 4개 제약사도 동종업계 경쟁에 부담을 느껴 숨고르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정 수준 경쟁은 예상되지만 선을 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결국 그동안 제네릭 없이 독주했던 카나브 제네릭 등재가 결정돼 경쟁체제가 개막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 하락 위기를 맞고 있는 보령이 어떤 대응으로 나설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