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 앞세운 통신3사, 숙련 인력 외면···통신 공공성 위협”
외주화·고배당에 인력 구조조정까지 “통신 품질 유지 위한 투자 지속해야”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인공지능(AI) 기반 기업 전환을 내세우며 AI 투자 확대와 인력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는 가운데 통신 서비스의 품질 관리가 소홀해졌단 비판이 제기됐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통신사업을 유지하면서도 핵심 업무인 통신장비 설치·유지보수의 외주화를 지속하고 있으며 KT는 자산 매각과 고배당 정책을 고수하며 ‘단기 성과주의’에 치우쳤단 지적도 나왔다.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통신·유료방송 산업 변화 분석과 공공성 확보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통신3사의 통신장비 설치, 유지보수 업무에서 외주 의존도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통신서비스업의 직접 고용 인력은 4만명 수준이지만 이들과 계약 관계에 있는 통신설비공사업 종사자는 59만명에 달한다. 더욱이 통신서비스업 종사자 대부분은 상용직인 반면 통신설비공사업의 91%는 임시·일용직다.
◇ 통신설비 외주화 심화···고용 구조 왜곡
정 교수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통신산업 거의 전부를 독차지하며 막대한 이윤을 달성하고 있다. 통신3사가 지난 25년간 합산 순이익 72조원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가 알게 모르게 정책적으로 부여했던 권한 덕분”이라며 “통신3사의 사회적 책임은 낮다. 특히 KT는 계속해서 자산 매각으로 단기순이익을 내는 데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당도 평균 상장사의 두배를 하고 있다”며 “인력구조조정으로 귀결되는 것도 문제다.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책임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사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노동조합위원장도 “통신3사의 단기성과, 글로벌 트렌드 추종 전략하에 기존 통신서비스 경쟁력과 품질이 하락하고 있다. 숙련된 인력의 구조조정, 퇴직, 미충원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며 “외주, 하청, 일용직의 확대로 산업 경쟁력과 품질은 지속 하락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네트워크 운영 효율화, 고객 경험 개선, 새로운 수익원 창출. AI를 활용한 네트워크 운영 효율화는 당면한 과제지만, 이는 숙련된 노동과 함께 제공돼야 한다”며 “기존 인력과 신규 인력에 대한 교육훈련의 향상과 일자리 보호 방안 마련도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KT가 지금까지 버티는 것은 관로를 나라에서 다 깔아줬기 때문이다. 그것이 경쟁력이기 때문에 경쟁사가 들어오지 못한다. 그런데 사업이 문제 될 때마다 노동자를 쥐어짠다”며 “네트워크 운영 효율화는 숙련된 노동자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아현 화재부터 사고가 터지는 것은 숙련된 노동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 “AI 성공하려면 숙련 인력 기반 필요”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은 “AI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네트워크 고도화와 숙련 노동자가 필요하다”며 “숙련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인력 확대, 신규인력 확충과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네트워크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인력 충원의 한계 등을 지적하며 네트워크 유지보수 업무가 매력적인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상은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기획과 서기관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이나 홍수같은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는 환경이 나타났다. 네트워크의 회복성이란 주제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통신정책의 의제로 부상했다”면서도 “네트워크 유지 인력이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직장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청년 고용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신규자들에게 고숙련자의 노하우가 지속 전수될 수 있는 균형 있는 노동시장이 돼야만 장기적으로 지속성이 있는 전문인력 구조가 나올 것"이라며 "네트워크가 디지털 경제를 이루는 디지털 신경망으로서 중요한 입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오늘날의 산업계는 침체 돼 있다. 노동 경쟁력을 강화해 매력적인 일자리로 만드는 고민이 수반돼야 경쟁력과 공공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