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 국채 투매 시작됐나’···금리 급변동에 쏠린 눈
미 국채 10년물, 30년물 금리 모두 급등세로 돌아서 안전자산 지위 약화, 유동성 확보 등 다양한 원인 나와 상호관세 보복 차원에서 중국의 대규모 매도설도 힘 받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내림세를 보이던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방향성에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 정부 정책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미국 국채 대량 매도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받는 모습이다. 이 밖에 안전자산의 지위 약화 우려와 유동성 확보 등이 금리 상승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가격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연 4.289%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 거래일 시작가인 3.886%와 비교해 40.3bp(basis point, bp=0.01%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미국 국채 10년물은 이날 장중에도 4.4%를 돌파하며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국채 30년물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7일 4.3%대에서 시작한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전날 4.76%까지 올랐고 이날 장중에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4.9%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로써 미국 국채 금리 30년물 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인 올해 1월 16일 수준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미국 국채 금리가 그동안 하락세를 보여왔던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상승 흐름이다. 미국 국채 10년물의 경우 올해 1월 중순 4.8%대에서 이달 4일 3.86%까지 우하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30년물 역시 같은 기간 최대 5%에서 4.32%로 내림세였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경기 침체 우려가 촉발했고, 안전자산 수요 증가와 함께 금리 인하 기대가 섞였던 결과였다.
미국 국채 금리의 급등은 중국의 대규모 미국 국채 매도 영향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국채 금리를 하향 안정시켜 연방정부 부채 해소 및 달러 약세를 이끄는 것이 핵심으로 여겨지는데,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7610억달러(약 1129조7045억원)로 미국 국채 보유국 2위인 중국이 상호관세 보복 차원에서 가장 아픈 곳을 찌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중국 입장에서 관세율이 높아져 미국과 교역을 많이 하지 않게 되면 달러를 보유할 필요도 적어지게 될 것이고 관세 정책으로 미국이 전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지게 된다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약화라는 계산도 나와 있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달러 패권을 과감하게 흔들거나 달러에서 선제적으로 빠져나와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런 조짐들이 미국 달러인덱스보다 국채 금리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채권업계 전문가도 “현재 미국 국채 금리의 급등은 수급 왜곡이 아닌 이상 설명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장기물 위주로 금리 상승 폭이 크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규모 국채 매도 시나리오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만일 중국의 매도가 맞다면 언제까지 어느 규모로 매도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금리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반등한 또 다른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이 꼽힌다. 미국 정부가 이날부터 발효한 상호관세로 인해 물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기 침체보다는 당장의 인플레이션을 더 신경 쓰고 있는 모습이다. 애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는 전날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순위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차익실현과 반대매매 대응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직면한 펀드들이 다수 있었고 이들이 이를 막기 위해 가격이 오른 미국 국채를 팔고 차익을 실현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급하게 포지션을 정리하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는 지적이다.
미국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 약화 우려도 금리 상방 리스크로 작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와 백악관은 관세 정책을 끝까지 가져갈 것이란 의지를 드러냈다”며 “이번 위기는 이전처럼 단순히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결되지 않을 수 있고 국채도 이중 메시지 등에 극심한 변동성을 겪으면서 더 이상 안전자산 역할을 못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됐다고 시장이 판단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