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금융위기 이후 최고···1500원 넘어설까

주간 거래서 장중 1487.5 기록···2009년 3월 16일 이후 최고치 원화, 위안화 약세에 동조···관세 전쟁 고조 시 1500원 갈 수도

2025-04-09     송준영 기자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0.8원 오른 1484.0원에 개장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 탓에 달러당 148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대를 넘어설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8원 오른 1484.0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상승하며 오전 9시 10분에는 1487.5를 기록했는데,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19년 3월 16일(1492.0원)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다만 이후 상승폭은 축소됐고 약보합 상태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미국의 상호관세 불확실성 탓으로 분석된다. 지난 3일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10%의 기본관세(보편관세)와 국가별로 관세율에 차등을 두는 상호관세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날 오후 1시 1분 정식 발효될 예정이다.

특히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중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84%로 상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기존 관세 20%를 더해 총 104%의 관세를 맞게 됐다. 

미국발 관세 전쟁은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강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 전날 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관세를 줄이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지만 글로벌 전체로 확산된 관세 전쟁 불확실성이 상대적인 위험자산인 원화의 약세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위안화 절하도 원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원화는 위안화와 연동되는 경향이 있는데, 중국 인민은행은 환율을 전날 1달러당 7.2038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날(7.1980위안)에 비해 위안화 가치를 더 낮춘 조치다. 미국 상호관세 발동에 맞선 위안화 약세 전략 차원으로 분석된다.

시장의 관심은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지에 집중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1500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조됐던 2008년, 2009년 수준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심리적인 마지노선을 넘어서는 것이자 그만큼 국내 경제가 좋지 못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돼 증시에도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상호관세 충격이 진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의 급락 현상은 원화 가치에 부담을 줄 공산이 높다”며 “미·중 환율전쟁이 더욱 격화되면서 위안화 가치가 추가적인 약세를 보이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수준에 육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20.07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인 998.98원보다 21.09원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70엔 내린 145.56엔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