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등에 흔들리는 하늘길···일본 노선까지 빨간불

원달러 환율 1480원대 후반까지 오르며 금융위기 후 최고점 리스료·유류비 등 각종 비용 부담 커져···유가 하락은 호재 대한항공, 환율 10% 오를 시 외화평가손실 2500억원 엔고 현상에 따라 일본 여행 줄어들 가능성도

2025-04-09     박성수 기자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최근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며 달러와 엔화가 동반 강세를 보이자 국내 항공사들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달러는 항공기 리스료와 연료비 등 항공사 비용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엔화 상승은 일본 여행 비용을 높여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두 통화의 강세가 항공사들에게 ‘비용 폭탄’과 ‘수요 감소’란 이중 부담이 되는 셈이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9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대비 10.8원 오른 1484.0원에 출발하며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1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 1487.3원까지 오르며 1500원 돌파를 목전에 두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부과하면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다. 전날에도 환율은 1473.2원에 마감했다. 미국이 중국에 104%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환율은 장 시작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환율 급등에 항공업계도 비상이다. 항공사들이 항공기 리스료, 유류비 등 고정비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곧바로 영업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유류비는 전체 운영비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비용 항목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항공기 연료 비용으로 약 33억45000만달러(한화 약 4조9700억원)를 지출했다. 전체 비용 15조7600억원 중 3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작년 기준 원달러 환율이 10% 오를 경우 외화평가손실은 2509억8700만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23년(1793억5200만원)보다 약 40% 증가한 수치로 달러 변동성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을 일부 상쇄했다. 미국발 관세 전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우려에 지난 8일(현지시각)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59.10달러로 전장대비 2.22% 하락했다. WTI 선물 가격이 6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팬데믹이었던 지난 2021년 4월 이후 4년만이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이 엔데믹 이후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항공기 도입을 확대하고 있어 항공기 리스 및 구매와 관련한 달러 결제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특히 저비용항공사(LCC)는 대형 항공사보다 리스 비용 비중이 높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달러뿐 아니라 엔화도 강세를 보이면서 항공사들의 국제선 실적에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원·엔 환율은 1000원 수준을 돌파하며 일본 여행 수요 위축 우려를 키우고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노선 이용객은 2514만명으로 전체 국제선 탑승객(8892만명)의 28.2%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중국(1377만명)의 약 2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일본 여행 수요는 코로나19와 일본 불매운동 이전이었던 지난 2018년(2135만명)보다 약 17%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1~2월에도 일본 노선 이용객은 451만명으로 전체 국제선(1572만명)의 28.6%를 차지했다.

그동안 엔저에 따른 가격 매력이 일본 여행 수요를 뒷받침했지만 최근 엔화 강세로  이같은 흐름에 제공이 걸릴 수 있다. 일본 노선 비중이 높은 LCC는 수요 감소에 따른 직격탄이 예상된다. 환율 상승으로 항공기 비용은 늘고 주요 노선의 탑승률까지 떨어질 경우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은 단순 항공사 비용 부담 증가 뿐 아니라, 사람들의 해외 여행 심리를 꺾어버리는 요소이기 때문에 항공사 입장에선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