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낙동강 오리알’ 스토리위즈, 밀리의서재와 합병 전망 ‘솔솔’

웹툰·웹소설 이용자 수 감소 콘텐츠 사업 재편 속 정리 가능성

2025-04-07     김용수 기자
박현진 KT밀리의서재 대표가 지난해 12월 5일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KT밀리의서재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의 웹툰·웹소설 전문 계열사 스토리위즈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수익성 지표인 이용자수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구현모 전 KT 대표체제에서 첫 분사 사례로 출범했지만, 수년째 뚜렷한 경영 성과를 내지 못했다.

7일  업계 일각에서 KT가 그룹 내 유사 사업을 영위하는 KT밀리의서재와 스토리위즈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구조를 정리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다만 주가 부진을 겪는 밀리의서재 입장에서 적자 기업을 떠안는 데 대한 주주 설득이 과제로 남는다.

스토리위즈가 지난달말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125억1779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120억214만원 대비 약 4%(5억원) 증가한 수치다. 반면 영업손실은 36억3111만원으로 전년 30억714만원 대비 21%(6억2397만원) 늘어나며 적자폭이 커졌다.

◇ 출범 5년째···매출은 제자리·적자는 누적

스토리위즈는 2020년 구 전 KT 대표 체제 아래 첫번째로 분사된 회사로 현재 웹툰·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와 ‘케이툰’을 운영 중이다. KT그룹 내에서 웹툰·웹소설 콘텐츠 기반의 오리지널 IP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해당 IP는 KT스튜디오지니가 영상으로 제작해 ‘지니TV’, 미디어지니 ENA 채널 등 그룹 내 미디어플랫폼을 통해 유통하는 구조다. 스토리위즈는 KT 미디어·콘텐츠 밸류체인의 초기단계를 담당하며 그룹 전략의 한 축을 맡는다.

하지만 출범 이후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영업손실은 2020년 17억원, 2021년 37억원, 2022년 37억원, 2023년 30억원, 2024년 36억원 등으로 5년 연속 적자 상태다.

수익성의 주요 지표인 이용자 수도 하락세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스토리위즈의 블라이스와 케이툰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안드로이드+iOS 기준)는 각각 6만5075명과 4만332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26%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MAU가 각각 966만명과 624만명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KT그룹의 웹툰·웹소설 사업 은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 밀리의서재와 역할 중첩···내부 정리 목소리

이런 가운데 그룹 내 콘텐츠 사업 중복 해소 차원에서 스토리위즈와 KT밀리의서재 간 합병 가능성이 제기됐다. KT밀리의서재는 전자책 서비스 외에도 오리지널 IP를 발굴해 웹툰·영상화 등 2차 콘텐츠로 확장하는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지니뮤직과 함께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밀리의 서재는 지난 2023년 기업공개(IPO) 준비 당시 여성향 로맨스 장르를 신사업으로 설정하고 웹소설 시장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레진코믹스, 리디 등 여성향 콘텐츠에 강점을 가진 기업의 인재를 적극 영입하기도 했다.

스토리위즈가 지난달 19일 모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로부터 37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빌린 점도 합병설에 힘을 싣는다. 통상 단기차입금은 1년을 기준으로 상환 기간이 설정되지만, 이번에는 오는 9월 30일로 기한을 짧게 잡았다. 이는 상반기 내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고 자금 상환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영섭 KT 대표가 저수익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계열사 간 흡수합병을 단행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란 점도 합병설을 뒷받침한다. 해당 작업은 김채희 전무가 이끄는 KT ‘미디어부문’이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작년 신설된 미디어부문은 IPTV를 중심으로 KT스카이라이프, KT스튜디오지니, 지니뮤직 등 미디어 그룹사 사업 포트폴리오를 총괄하며 KT그룹 미디어 사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가 구 전 대표체제에서 스토리위즈를 분사했지만, 그간 웹툰 사업을 키우려는 의지가 사실상 없었다. 이용자수가 줄어드는 것도 경쟁사 대비 투자가 적다 보니 당연한 결과“라며 ”밀리의서재가 KT그룹에 편입된 뒤 웹소설 사업까지 한다고 하니 스토리위즈랑 교통정리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KT그룹 내부에서 줄곧 나왔다. 시장에서 나오는 흡수합병안도 KT 입장에선 충분히 검토할 만한 방안으로 보인다. 다만 적자 회사를 떠안는 밀리의서재가 주주들을 설득하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