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렉라자’+한국얀센 ‘리브리란트’ 병용요법 급여 시급

최근 학회서 임상 3상 결과 공개···폐암환자 생존기간 연장 확인 병용요법 비급여로 환자 부담 가중···“얀센 우회 지원은 해결책 아냐” 리브리란트는 3번 도전 실패···“리브리 급여부터 순차적 추진해야”

2025-04-02     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유한양행의 국내개발신약 ‘렉라자’와 한국얀센 ‘리브리란트’ 병용요법에 대한 효능이 입증됐지만, 국내에서는 급여가 되지 않아 환자들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우선 리브리란트 급여 획득이 시급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에 대한 최종 임상 결과에서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하순 프랑스에서 개최된 유럽폐암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얀센이 MARIPOSA 임상 3상 최종 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MARIPOSA 연구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과 기존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활용되는 타그리소 단독요법 유효성, 안전성을 비교하는 임상이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엑손 19, 엑손 21(L858R)을 타깃하는 3세대 타이로신키나제억제제(TKI)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임상 결과에 따르면 렉라자+리브리반트군의 PFS 중앙값은 23.7개월로 단독요법군이 기록한 16.6개월보다 길었다. 2차 평가변수인 OS 분석에서 렉라자 병용요법이 단독요법군보다 유리한 경향을 나타냈다. PFS는 새로운 치료제가 암의 진행을 얼마나 늦출 수 있는지 확인하는 기간을 지칭한다. OS는 환자가 치료를 시작해서 사망하기까지 전체생존기간을 의미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MARIPOSA 3상에서 렉라자 병용요법의 OS 우위 효과가 확인됨에 따라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에서 병용요법의 표준치료요법 등극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병용요법은 한국을 비롯, 미국과 유럽, 일본, 영국, 캐나다에서 1차 치료제로 허가 받은 상황이다. 단, 국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은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처방받는데 현실적 제약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도 받았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병용요법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유한양행 렉라자정. / 사진=유한양행

현재 렉라자는 1정당 6만3370원이다. 반면 병용요법 한축인 리브리반트는 비급여로 판매되고 있다. 기자가 국립암센터 홈페이지에서 파악한 리브리반트주 035.g/7mL 가격은 162만9810원이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차이는 있지만 상당수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은 경구제를 투여받고 있으며 주사제는 3주에 한 번 가량 투여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급여인 리브리반트로 환자들 부담이 일반인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혈액암협회는 리브리란트를 구매하는 환자들 처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환자프로그램을 2023년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높은 약가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을 위해 협회가 후원금으로 일부 약가를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얀센도 혈액암협회에 투명한 절차를 통해 후원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이같은 지원은 일부가 대상이어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협회는 단독요법은 1가지 사례, 병용요법은 3가지 경우에 한정해 지원하고 있다. 

이에 건강보험 적용을 통한 병용요법 약가 부담 완화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우선 업계와 환자들은 한국얀센이 리브리반트 급여부터 획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얀센도 리브리반트 급여를 추진해왔다. 2022년 허가 받은 리브리반트는 세 번에 걸쳐 급여 도전에 나섰지만 세 번 모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탈락했다. 가장 최근 암질심에서 실패한 시점은 2024년 4월이다. 참고로 암질심 이후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을 모두 통과해야 건강보험을 적용 받게 된다. 

20년 넘게 약가업무를 담당했던 또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임상 결과도 중요하지만 암질심은 임상적 유용성, 허가 시 임상근거 뿐만 아니라 시장에 출시돼있는 비교약제와 치료효과성 및 치료비용, 질병 위중도, 재정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며 “현재로선 리브리란트 급여 획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와 환자들은 한국얀센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청하고 있다. 반면 얀센은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유한양행은 한국얀센이 병용요법을 담당한다고 하고 얀센은 암질심 탈락을 거론하니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유한은 렉라자 우수성만 내세우지 말고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동해달라”고 당부했다.

결국 한국얀센은 리브리반트 급여를 위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으로 요약된다. 폐암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 완화에 올인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유한양행도 측면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요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