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투자 허용에 가상자산거래소 ’빅뱅‘···점유율 전쟁 본격화

비영리법인 이어 상장사·전문투자자 유입 시중은행 협업 진행···대기업 고객 기반 활용

2025-04-01     김태영 기자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가시화되면서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들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아직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진 않았지만 비영리법인을 시작으로 상장 법인, 전문투자자 유치전이 시작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는 지난달 말 기준 982만명의 계정을 확보해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했다. 이어 코인원(320만명), 빗썸(236만명), 코빗(77만명), 고팍스(15만명) 순이다. 

빗썸은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1년간 빗썸 회원 수는 133만명에서 236만명으로 77.4% 증가하며 경쟁 거래소들을 압도했다. 같은 기간 고팍스는 52.4%, 코빗 10.9%, 업비트 14.2%, 코인원 8.6% 성장했다. 업계는 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 비트코인 지급 등 빗썸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가상화폐 투자자는 1629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말 1400만명을 돌파한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11월 15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변곡점으로 매달 신규 투자자가 수십만 명씩 꾸준히 유입됐다.

올해는 그 열기가 한층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부터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단계적으로 허용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2분기부터 지정기부금단체·대학 등 비영리법인, 가상자산거래소의 가상자산 매도 거래를 허용하고 하반기에는 전문투자자인 상장사와 전문투자자 등록법인에 매매를 시범 허용했다.

그 동안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및 매매는 2017년 정부 긴급행정지도를 통해 사실상 제한돼 왔다. 하지만 최근 해외에서 법인과 기관투자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고 블록체인 신사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에서 법인 투자를 허용해야 한단 목소리가 커졌다. 시장 안정화 측면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법인 기관 투자자 참여는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결국 당국은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가상화폐거래소와 시중은행 간 협업도 활발해졌다. 금융지주 계열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 거래소들은 법인 회원을 적극 유치해 점유율 뒤집기를 노린다. 시중은행들은 대기업 고객 기반을 가지고 있는 데다 전문 수탁업체와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원화 거래소 중 빗썸(KB국민은행)과 코빗(신한은행)이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가상자산 수탁업체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신한은행은 2021년 한국디지털자산(KDAC)을 설립해 가상자산 수탁업을 준비해왔다.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고 최근 홈페이지에 법인계좌 가입 문의 전용 창구를 개설하는 등 법인 회원 모집에 나섰다. 법인 유형과 담당자의 연락처 등을 기재하면 법인영업 담당자가 추후에 안내하는 방식이다. 코인원도 카카오뱅크 협의하며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 중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법인과 금융투자 상품 잔액 100억원 이상인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은 총 3500여곳에 달한다. 가상자산업계는 비영리법인의 거래 개설을 시작으로 상장 법인과 전문투자자의 본격 유입이 거래소 성장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약 3500곳 법인의 가상자산 매매 거래가 허용된다고 하는데, 법인의 거래소 회원 가입은 제한이 없으니 다 받는 분위기"라며 "여러 거래소가 비슷한 시기에 법인 대상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여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