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대응만이 살 길”···美·EU, 철강 관세·물량제한 대책
트럼프, 기존 25% 관세에 상호관세 추가 부과 시사 인도와 국가적 협상으로 철강 관세 피해 최소화 “미국·유럽에도 국내 사정 담은 의견서 전달 계획”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민관이 힘을 합쳐 미국과 EU의 압박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업계의 목소리만으로 국가를 상대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쳐 일괄 관세 추가 부여나 물량 제한이 아닌 품목별로 다르게 부과하는 방향으로 국가별 협상에 나서야 할 시기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동시다발적으로 국내 철강산업의 숨통을 조이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 합동 체제가 하루 빨리 구성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철강기업끼리의 ‘아우성’으로는 대처하기 힘들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움직이는 것이 유일한 대응책이란 얘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철강 수입량에 25%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이에 더해 다음달 2일(현지시간)을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부르며 상호관세를 추가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상호관세는 무역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 만큼 추가로 부과하는 제도다.
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제도보다 더욱 강력한 상호관세를 매길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을 대상으로 상대국이 부과한 관세뿐만 아니라 현지 조세나 법률, 검역 등 관세와 관계없는 분야까지 부과 내역에 포함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상호관세 조치는 단순한 협상용이 아닌 실현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라며 “철강의 경우 기존 25%에 상호관세까지 더해진다면 신용등급 관점에서 봤을 때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스코는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원료 확보와 상공정, 하공정 등을 현지화할 방침이다. 그동안 고로나 전기로를 통해 철광석을 녹여 반제품을 만드는 상공정 투자만 검토해왔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압박에 다른 공정도 미국에 거점을 마련해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간이 문제다. 미국에 생산거점을 완성할 때까지는 빨라야 2~3년은 걸린다. 이 기간 관세로 미국에서 판매량 및 수익성이 감소한다면, 현지화에 필요한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미국에 더해 EU마저 우리 철강업계를 괴롭히려 한다. EU는 미국의 관세 피해를 상쇄하고 유럽의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해 다음달 1일부터 철강 무관세 수입 쿼터량을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대유럽 철강 수출 물량은 최대 15%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기준 유럽 철강 수출 물량은 전체의 약 14% 수준이다.
철강업계는 미국과 EU의 압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적은 피해를 입기 위해선 정부가 나서 국가별 협상을 통해 ‘선택과 집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철강 품목에 따라 관세 부과나 물량 제한 규모를 다르게 책정해, 열연과 같은 주력 제품의 판매량·수익성은 지키고 비주력 상품은 그들의 입맛대로 맞춰주자는 것이다.
인도의 철강 일괄 관세 조치에 국내 민관이 함께 대응해 업계의 부담을 덜게 된 사례가 재현돼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인도가 국내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려고 하자 철강사와 간담회를 갖고 정부 의견서와 서한, 품목예외 의견서 등을 인도 측에 전달했다.
이를 통해 25% 일괄 관세부과보다 완화된 형태로 협상이 마무리됐다. 강판 등 17개 품목이 관세 조치에서 제외돼 민관 협력으로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철강업계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미국과 EU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국내 철강사와 공청회 등을 통해 현재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의견서와 관련 서한에 담을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