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 콜레오스 잘 팔렸지만”···르노 부산공장 가동률 숙제

연산 30만대 부산공장, 작년 가동률 37% 그쳐 그랑 콜레오스·아르카나 선방···“신차로 재도약”

2025-03-26     최동훈 기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르노코리아가 최근 인기 모델 그랑 콜레오스 덕에 작년 대비 단위 기간별 생산량을 높였지만 부산공장 가동률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올해 들어 5주가량 신차 생산 준비를 위해 부산공장 휴업을 단행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일별 생산량은 늘었다.

르노코리아 완성차 생산 추이. / 자료=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르노코리아 생산대수는 지난 1~2월 7638대로 전년동기(1만1258대) 대비 32.2% 감소했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들어 2월 첫째주까지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신차 폴스타4 위탁생산을 위한 설비 보강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공장을 임시휴업했다.

공장 가동 재개 후 그랑 콜레오스, 아르카나 등 주요 볼륨 모델을 적극 생산해 2월 말까지 출고대수를 끌어올렸다. 지난달 10~28일 기간 평일(15일)을 기준으로 단순 산출한 일평균 생산량은 509대로, 작년 1~2월 일평균 256대에 비해 많다.

르노코리아 인기 모델인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그랑 콜레오스(4754대)가 올해 생산량의 62%를 차지했다. 르노코리아는 현재 내수 중심으로 판매 중인 그랑 콜레오스의 출고분을 국내 고객에게 대부분 인도했다. 이어 생산 비중 33%를 차지한 소형 SUV 아르카나(2520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다수 운송됐다.

르노 엠블럼을 새롭게 부착한 르노코리아 중형 SUV 뉴 르노 QM6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 사진=르노코리아

◇ SM6·QM6, 경쟁 속 판매 시들···“일감 줄고 직원 자연감소”

다만 르노코리아가 두 모델만으론 연산 30만대 규모의 부산공장 가동률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단 분석이다. 부산공장 1곳에서 완성차를 양산 중인 르노코리아의 연간 생산대수는 작년 11만1577대로 전년(9만7756대) 대비 14.1% 늘었다. 생산능력 대비 생산 비중이 37.2%에 그친다. 같은 기간 GM 한국사업장이 49만여대로 100% 가까이 인천·창원공장을 가동하고, KG모빌리티(10만8526대)가 45.2%를 기록한 데 비해 낮다.

부산공장의 지난해 연간 생산대수는 아르카나(당시 XM3) 하이브리드가 데뷔한 2022년(16만8478대)이나, 준중형 SUV QM6가 인기를 구가하고 닛산 로그를 위탁 생산하던 2017년(26만4037대)보다도 낮다. 부산공장 보강공사 직전인 작년 12월 일평균 생산량 680대를 올해 연말까지 유지해도 올해 주말, 공휴일을 제외한 연간 생산대수 추정치는 16만6500대다. 공장 시설의 절반 정도가 멈춘 상태를 유지하는 셈이다. 작년 현대차, 기아가 글로벌 재고 전략 아래 국내 공장을 102.9%, 103.1% 가동한 것과 대조된다.

중형 세단 SM6와 QM6의 판매 부진이 부산공장 가동률 하락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작년 SM6 631대, QM6 1만6802대씩 생산됐다. 두 모델은 2016년 3월, 9월에 각각 출시돼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동급 모델 대항마로 평가받을 만큼 관심을 모았다. 2017년 SM6 4만8519대, QM6 7만1975대 가까이 출고됐고 르노코리아 내수 10만대 기록 달성을 견인했다.

르노코리아 중형 세단 SM6. / 사진=르노코리아

현대차, 기아가 경쟁 모델의 사양 구성을 개선하고 차급별 제원을 확대해 선택지를 늘리는 동안 두 모델의 인기는 하락했다. 지난해 SM6 751대, QM6 7813대 판매되는데 그쳤고 작년 생산 재고가 이달 여전히 남아 프로모션 대상에 오른 실정이다.

르노코리아는 연내 SM6를 단종시킬 예정이고, QM6의 후속모델 출시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QM6는 다만 지난 1~2월 내수 717대에 불과해 현대차 투싼, 기아 스포티지 등 모델과 대적하기 어렵단 평가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가동률이 하락함에 따라 근로자 수도 감소해온 것으로 분석된다. 르노코리아 노동조합(대표 노조)의 조합원 수는 2022년 1700명에서 2년2개월여만인 지난 17일 기준 1632명으로 68명 감원했다. 르노코리아가 신규 채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자 수는 정년 도래 등 사유로 자연 감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코리아 구성원들이 작년 7월 15일 부산공장에서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의 양산 개시와 1호차 생산 기념식을 개최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르노코리아

◇ 르노코리아 “그랑 콜레오스는 첫 단추, 재도약할 것”

르노코리아가 현재 수년에 걸쳐 신차 후속 생산 일정을 앞두고 있는 점은 호재지만 가동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기까지 보릿고개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르노코리아는 올 하반기 폴스타4에 이어 내년 오로라2, 2027년 오로라3 등 매년 신차 1종씩 생산 개시할 예정이다.

모델별 생산 계획은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통상 신차를 상품성 개선 전까지 3~4년 가량 생산하는 점을 고려하면, 계획상 모델이 모두 생산되는 2027년 전후 부산공장 가동률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 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여러 차종을 같은 공정에서 제작하는 혼류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 사진=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는 부산공장 연간 생산능력 30만대가 이론상 숫자로, 생산 현황을 고려할 때 최다 20만대 양산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작년 공장 가동률이 55.8%로 확대된다. 르노코리아는 계획대로 신차를 양산하고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판매성과를 늘려 공장 가동률을 높인단 전략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부산공장에서 내수, 수출 물량을 균등하게 생산하는 것이 이상적인 가동 양상이라고 본다”며 “그랑 콜레오스를 시작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키플레이어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수출 성과를 늘리는 등 재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