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의약품 관세, GC녹십자 ‘알리글로’에 여파 적을까

트럼프, 관세 25% 부과 밝혀···렉라자·나보타는 영향 적을 듯 작년 7월 수출 알리글로도 관심···녹십자 “관세 가능성 낮아” 작년 매출 450억 넘어 영향력 커···2년간 부진 원가율도 관심  

2025-03-12     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트럼프 정부가 의약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정책을 밝히고 있어 GC녹십자 ‘알리글로’에 여파가 주목된다. 현재로선 영향이 적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12일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중순 기자회견에서 의약품 관세 질문에 “25%, 그리고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후 관세 부과가 이슈로 부상했다. 이같은 정책이 오는 4월 초순 시행 예정이어서 향후 구체적 방침이 발표될 전망이다. 참고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관세 전쟁’ 신호탄 격인 철강과 알루미늄 25% 관세가 12일(현지시간) 발효됐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에 국내 제약사들에게 의약품 관세 부과 여파가 예상되는데 일단 유한양행 ‘렉라자’와 대웅제약 ‘나보타’가 주목된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국산신약 렉라자는 지난해 8월 미국에서 허가 받은 품목이다. 나보타 역시 지난해 미국을 포함, 1560억원 수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로선 렉라자와 나보타는 관세 부과 여파가 예상되지 않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향후 미국 정부 방침을 분석해야 하지만 두 품목 판권이 미국 판매업체에 있기 때문에 관세 영향은 적을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유한양행은 2018년 렉라자의 글로벌 개발과 판매 권리를 ‘얀센’에 기술 수출했다. 대웅제약도 지난 2013년 ‘에볼루스’와 나보타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렉라자와 나보타 외에도 미국 정부의 의약품 관세 부과와 관련, 관심이 쏠리는 품목에는 GC녹십자 알리글로가 꼽힌다. 혈장분획으로부터 정제된 액상형 면역글로불린제제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 면역성 혈소판감소증과 같은 1차성 면역결핍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다.

2023년 12월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알리그로를 허가 받은 GC녹십자는 2024년 7월 초도 물량을 선적하며 미국 판매에 나섰다. 현재 녹십자는 미국 혈액원 ABO홀딩스로부터 공급받은 혈액으로 한국 오창 공장에서 알리글로를 생산,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 소재한 관계사 GC바이오파마 USA를 통해 현지에서 판매하는 방식을 진행하는 것이다. 향후 정책과 관련, GC녹십자는 알리글로가 미국 정부의 의약품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했다.

녹십자 관계자 B씨는 “알리글로가 미국에서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상태”라며 “트럼프 1기 기준, 필수약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으므로 알리글로 품목에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과거 트럼프 정부가 필수약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던 전례를 토대로 이번 의약품 관세 부과 여파는 사실상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 제약사는 내부적으로 결정한 방침이나 대책을 대외적으로는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GC녹십자는 과거 정책을 인용하면서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처럼 GC녹십자가 알리글로 무관세에 방점을 두는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영실적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으로도 분석된다. 실제 녹십자의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잠정 매출은 1조 6799억원으로 전년대비 3.3% 늘었다. 지난해 알리글로 매출은 450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GC녹십자는 오는 2028년 알리글로 매출목표를 3억 달러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연도별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GC녹십자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과 매출원가비율 역시 올해를 기점으로 호전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녹십자가 자체 개발한 신약 알리글로 매출이 늘어날수록 원가율이 낮아지고 영업이익은 오른다는 것이다. 2024년은 자회사 부진 등 여파로 영업이익은 32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6.8% 감소했다. 매출원가비율은 2019년 72.6%, 2020년 70.7%, 2021년 66.1%, 2022년 66.0%, 2023년 70.2%, 2024년 3분기 누적 70.9%로 집계됐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수년간 하락하며 안정세였던 원가율이 2023년과 2024년 증가한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GC녹십자가 최근 수년간 원가율 개선작업을 진행했는데 2023년에 이어 지난해도 알리글로 미국 시장 진출 준비에 주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정부의 의약품 관세 부과가 알리글로 수출을 포함한 GC녹십자 매출과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과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란 녹십자 관측이 적중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