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악몽된 레버리지 ETF···테슬라 등 급락 '쇼크’

블랙먼데이에 하루만에 –30% 손실 속출···최근 한 달만에 '반토막'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로 위험↑···해외 레버리지만 규제 예외

2025-03-11     이승용 기자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블랙 먼데이' 충격으로 한국인들이 대거 투자한 미국 레버리지 ETF에서 역대급 손실이 발생하면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올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미국 레버리지 ETF는 음의 복리효과로 우하향했는데 이번 급락 사태로 복구가 어려운 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투자자 보호 명분을 내세워 국내 상장 레버리지 ETF는 규제하면서 외국 레버리지 ETF는 규제하지 않았던 금융당국의 모순적 태도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레버리지 ETF 손실에 서학개미 '비명’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새벽 마감한 미국 증시에서 한국인들이 대거 투자한 레버리지 ETF들은 일제히 두 자릿수에 달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Defiance Daily Target 2x Long MSTR ETF(MSTX)는 하루에만 무려 -32.78% 급락했다.

테슬라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TSLL) 역시 –30.77% 급락했고 팔란티어 주가를 두 배로 추종하는 GraniteShares 2x Long PLTR Daily ETF(PTIR)도 –20.07% 떨어졌다.

나스닥100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ProShares UltraPro QQQ(TQQQ)는 –11.27% 하락했고 엔비디아 2배 추종 레버리지 ETF인 GraniteShares 2x Long NVDA Daily ETF(NVDL) 역시 –10.2% 떨어졌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최근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금액 기준 순위를 살펴보면 최상위권에 레버리지 ETF들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 일주일 동안 서학개미들은 SOXL ETF를 2억8087만3927달러 순매수했는데 이는 모든 해외주식 가운데 가장 많다.

TSLL은 2억3493만1613달러로 3위, TQQQ는 1억3456만7005달러로 5위, NVDL은 1억81만8219달러로 6위다. 서학개미들이 최근 레버리지 ETF들을 집중적으로 순매수했는데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이들 레버리지 ETF들은 올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가 하향세가 지속되고 있었다. 레버리지 ETF 상품은 일간 수익률을 기준으로 추종하기에 변동성이 커지면 '음의 복리효과'가 발생해 주가가 점차 하락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이 100에서 10% 상승하고 다음날 9.09% 하락해 다시 100으로 돌아올 경우 2배 추종 레버리지 ETF는 100에서 98.2로 줄어들게 된다.

특히 레버리지 배수가 클수록, 기초자산의 변동폭이 클수록 음의 복리효과도 커진다. 기초자산이 첫날 30% 급락하고 다음날 30% 반등하면 100에→70→91이 되지만 3배 레버리지 상품은 100→10→19가 된다.

지난 2022년부터 출시된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의 경우 기초자산의 주가 변동폭이 크기에 지수 추종 레버리지 ETF보다 음의 복리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 2배 레버리지 ETF인 TSLL의 경우 이미 지난해 12월 고점 대비 82%나 하락한 상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금융당국 역차별 규제 '논란’

금융당국이 그동안 서학개미들의 레버리지 ETF 투자를 외면했다는 지적도 그치지 않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부터 국내 상장 레버리지 ETP(ETF·ETN) 상품에 대해서만 규제를 시작했다.

그해 코로나19 사태 직후 증시가 급락하고 수요감소 우려에 원유가격이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에 상장한 원유 레버리지 ETN의 괴리율이 커지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원유 레버리지 ETN은 수 차례 거래가 정지됐고 투자자들은 증권사의 잘못된 롤오버 때문에 레버리지 원유 ETN 투자에서 손실을 봤다며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그해 가을 ‘ETF·ETN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하며 전문투자자가 아닌 개인투자자가 레버리지 ETF·ETN을 매수하려면 온라인으로 사전 교육을 받고 기본예탁금 1000만원 이상 가지고 있을 경우에만 레버리지 ETF·ETN을 거래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국내 상장 레버리지 ETF·ETN과 달리 해외 상장 레버리지 ETF·ETN에 대한 규제는 예외였다. 레버리지 ETF·ETN 투자자들은 국내 상장이 아닌 해외 상장 레버리지 ETF·ETN로 대거 옮겨갔다.

역차별 논란도 불거졌지만 금융당국은 지금까지도 해외 상장 레버리지 ETF·ETN에 대한 규제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22년 미국 증시에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되면서 서학개미들의 레버리지 투자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투자자들이 대거 손실을 보는 사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9일 양자컴퓨터 종목인 아이온큐(IONQ) 주가가 40% 급락하면서 런던거래소에 상장된 3배 레버리지 상품은 단숨에 상장 폐지됐고 국내 투자자들은 원금 전액 손실을 봐야 했다.

증권사들은 최근 미국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자체적으로 레버리지 ETF·ETN 매수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3일부터 3배 이상 레버리지 ETF·ETN의 매수를 막았고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자체 규제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