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의 무게

리더의 말, 가늠하기 힘든 중량·가치 포함 구자은 LS 회장, 중복상장 옹호 발언에 그룹주 급락

2025-03-11     유호승 기자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말의 홍수 시대다. 상대방과 매일 주고받는 수많은 단어의 조합인 말은 시대 변화와 함께 온·오프라인으로 확장되며 인류 역사를 함께하고 있다. 단, 셀 수 없이 많아진 말의 범람은 한 마디, 한 마디에 더 큰 무게가 실리게 한다. 특히 리더로 꼽히는 국가 원수나 기업가의 말에는 가늠할 수조차 없는 중량의 가치를 가진다.

잘못된 말 한 마디의 대표 리더는 중국의 전 국가주석 마오쩌둥이다. 그는 1958년 중국 쓰촨성의 한 농촌 마을을 방문했다가 벼 이삭을 쪼아 먹는 참새를 보고 화를 냈다. 참새 때문에 쌀 수확량이 줄어든다고 판단해, ‘해로운 새’라고 규정했다. 이로 인해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참새 소탕작전’에 나섰고, 수억마리의 참새가 사라졌다.

이 선택은 중국에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논밭에서 해충을 잡아먹는 참새가 사라지자 먹이사슬이 붕괴돼버렸다. 작전 직후 3년간 중국에서 4000만명이 아사했다. 마오쩌둥의 말 한마디에 우리나라 국민에 버금가는 중국인들이 굶어죽은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리더의 말 한마디는 큰 무게를 가진다. 자본주의 시대에서는 대기업 총수가 리더로 꼽힌다. 국가를 통치하는 원수는 아니지만, 기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서다. 가족·친인척 공동 경영체제는 물론 경영권 대물림 현상은 왕조 시대와 비슷한 모습이다.

총수의 말 한마디에 기업의 경영 방향성은 물론 시장의 반응도 달라진다. 시장의 반응 척도인 주가가 이를 증명한다. 구자은 LS 회장의 중복상장 관련 발언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 나타난 전력 슈퍼사이클로 상승세를 보이던 주가에 찬물을 끼얹었다.

구 회장은 이달초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상장 후 주식을 매수하지 않으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이 투자를 통한 성장을 위해선 자금조달이 필수여서, 중복상장에 문제가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이다.

그의 이 한마디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자금 조달의 중요성을 생각하고 한 얘기임을 고려하더라도 대기업의 중복상장을 옹호하는 발언에 지주사인 ㈜LS는 물론 LS일렉트릭, LS머트리얼즈 등 주요 상장사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구자은 회장의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주가 흐름을 보면 시장은 분명한 ‘실언’이라고 판단했다.

말의 홍수 시대지만 쓸 말은 드문 세상이다. 말은 한자로 말씀 언(言)이다. 돼지해머리 두(亠)와 두 이(二), 입 구(口)가 합쳐진 모양이다. 머리로 두 번 생각하고 입으로 한 번 말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본인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두 번은 생각하고, 한 번 말해야 한다. ‘말의 무게’가 어떠한 리스크와 후폭풍으로 다가올지 예측할 수 없어서다. 권한이 큰 만큼 무한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