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트럼프 관세에 존재감 커지는 ‘인도·동남아’

트럼프, 오는 4월 수입산 자동차 관세 부과 관세 10% 부과시 현대차·기아 영업이익 4조3000억원 감소 세계 3위 자동차 시장 인도 주목···높은 잠재력에 전기차 성장 가능성도 인도네시아 생산 거점 짓고 아세안 시장 확대

2025-02-18     박성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대차를 비롯한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 폭탄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인도 등 대체 시장 중요도가 오르고 있다. / 사진=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도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 비중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입게 될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등 제3세계 시장을 더 키울 전망이다.

특히 인도의 경우 인구수 세계 1위이자 자동차 3위 시장으로 최근 급부상하면서, 현대차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다. 향후 인도 경제 성장에 따라 고수익 차종 판매 확대도 기대되는 만큼, 인도 시장을 선점해 장악력을 높이겠는 전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2일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부가가치세까지 관세로 간주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만큼 10%대 세율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만일 관세가 부과될 경우 대미 수출이 많은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

지난해 현대차·기아 미국 수출은 101만여대로 전체 수출(217만여대)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미국 현지 시장에서 생산 거점을 늘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수출 비중이 상당하다.

KB증권은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는 1조9000억원, 기아는 2조4000억원가량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 美·中 대체 시장 인도 급부상

미국 관세 폭탄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선 인도를 비롯한 타 국가 점유율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인도를 대체 시장으로 점찍고 현지 진출에 나선 바 있다. 인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 만큼 현지 투자를 통해 시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모리 인도 총리와 만나 인도와 현대차그룹간 다각적 협력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 사진=현대차

지난 2023년 기준 인도 자동차 시장 규모는 500만대로,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인도 첸나이 현대차 1·2공장, 아난타푸르 기아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푸네지역에 현대차 3공장을 건설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시장에서 15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생산거점 확대 뿐 아니라 현지 전략형 차종을 늘리면서 판매량도 높인다. 기아는 앞서 성공한 현지 전략형 차종인 쏘넷 성공에 힘입어 올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로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인도 전기차 시장 성장 잠재력을 높게 보고 있다. 인도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전체 자동차의 30%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크레타EV를 시작으로 향후 현지 생산 전기차를 늘리면서 오는 2030년까지 5개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기아도 현지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를 비롯해 2030년까지 4종 전기차를 내놓는다.

아울러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셀, 배터리팩, PE(Power Electric) 등 주요 부품의 현지 생산 역량을 확보하며 공급망 현지화를 추진한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인도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현지 기술·개발에 투자해 점유율을 더 높일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 인도법인은 작년 10월 현지 증시에 상장하며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며, 인도 IPO 역사상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 인구 6억명 아세안 시장 눈독

현대차그룹은 인도 뿐 아니라 동남아 시장도 영역을 확장한다. 기존 동남아 지역은 이륜차 비중이 높고, 일본차가 대세라 현대차그룹이 빈틈을 찾기 어려웠으나 최근에는 승용차들이 늘어나면서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에 주요 생산 거점을 짓고 동남아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그룹은 인도네시아에 자동차 생산 거점과 전기차 배터리셀 공장을 짓고 인도네시아는 물론 아세안 지역까지 판매를 확장할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의 경우 아세안 국가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세안은 인구 6억7000만명에 달하는 데다 최근 빠른 속도로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어, 자동차 시장 잠재력도 높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부터 말레이시아에 약 6700억원을 투자해 현지 생산력을 강화하고, 생산 차량을 말레이시아 내수 뿐 아니라 다른 동남아 국가로도 수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