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핵심인데”···SK에코플랜트, 2조 자회사 매각 속내는
‘수처리·폐기물 처리’ 리뉴어스·리뉴원 매각 추진 환경사업 수익성 부진·차입금 급증···사업 재편 불가피 반도체·고부가가치 리사이클링 사업 집중할 듯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SK에코플랜트가 5년 만에 친환경 사업의 핵심 자회사인 리뉴어스(옛 환경시설관리)와 리뉴원(옛 대원그린에너지)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재무 부담 해소와 사업 구조 개편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부터 친환경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며 기존 건설업에서 탈피해 친환경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펼쳐왔다. 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차입 부담과 시너지 부족, 기업공개(IPO) 지연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친환경 사업 핵심’ 리뉴어스·리뉴원 매각
13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수처리·폐기물 처리 기업인 리뉴어스 지분 75%와 폐기물 매립·소각 전문기업 리뉴원 지분 100% 매각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을 비롯한 여러 사포펀드(PEF)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SK에코플랜트측의 희망 매각가가가 1조원 중후반에서 2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복수의 사모펀드로부터 매각 제안이 있었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사업 강화를 위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이번에 매각하는 기업인 리뉴어스와 리뉴원은 수처리 및 폐기물 처리 사업의 핵심 자회사다. 리뉴어스는 SK에코플랜트가 2020년 11월 어펄마캐피털로부터 1조500억원에 인수한 기업이다. 전국 1300여 개 하수·폐수 처리시설과 6개의 소각장을 운영하는 종합 폐기물 처리 기업으로 친환경 사업 확장의 핵심 축이었다.
리뉴원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디디에스 등 폐기물 소각 및 매립 관련 자회사 8곳을 8256억원에 인수한 후 통합한 기업이다. 폐기물 소각과 매립을 전문으로 하며 국내 여러 폐기물 매립장을 운영해왔다.
SK에코플랜트는 이들 기업을 인수하며 ‘글로벌 환경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건설회사에서 친환경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며 환경·에너지 사업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기대했다. 실제로 회사명도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변경하며 변화의 의지를 보였다. M&A에 투입된 금액만 4조원에 달한다.
◇“환경사업, 투자 대비 성과 부진”
회사의 기대와 달리 환경사업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 환경사업의 매출총이익은 2046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17.3%에 그쳤다. 같은 기간 에너지사업 매출총이익률이 25.4%, 플랜트 사업이 22.8%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환경사업의 영업이익률도 4% 수준으로 에너지사업(8%)과 플랜트 사업(7.5%) 대비 낮았다. 환경사업은 높은 운영비와 투자 부담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SK에코플랜트가 보유한 전체 자산 5조1249억원 중 환경 관련 자산은 3조2811억원으로 64%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큰 규모의 자산이 투입되었음에도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은 기업 운영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환경사업이 지속적으로 높은 투자 대비 낮은 수익성을 보이면서 회사는 수익성이 더 높은 사업 부문으로의 전환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공격적 M&A 후폭풍…재무 부담 심화
이런 가운데 공격적인 M&A로 인한 재무적 부담은 가중됐다. SK에코플랜트의 총차입금은 2019년 말 1조원에서 2024년 3분기 말 6조4745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1~9월 이자 지급액은 2953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1153억원)의 2.5배를 넘어섰다. 이자 비용이 본업의 수익을 삼키는 구조가 된 셈이다.
금리 인상 기조 속 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IPO마저 지연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SK에코플랜트는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우선주 발행에 나섰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60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CPS)와 40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글랜우드크레딧과 한국투자증권이 CPS를, 프리미어와 이음PE가 RCPS를 매입했다. 문제는 내년 7월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원리금에 더해 추가 배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추가 배당 규모는 2027년 880억원, 2028년 11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재무적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SK에코플랜트는 이미 여러 시도를 했다. 지난해 메리츠증권에 리뉴어스 지분 25%를 매각했고, 리뉴원 지분을 담보로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도 발행했다. 하지만 EB의 연 금리가 8.45%에 달해 오히려 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SK에코플랜트는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핵심 자회사 매각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난해 10월 폐플라스틱 재활용 원료 생산기업인 DY인더스와 DY폴리머를 각각 60억원, 70억원대에 매각했다. 두 회사를 인수한지 2년 만이다. SK에코플랜트는 폐기물 재활용 원료 생산이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 확보를 위해 2022년 8월 DY인더스에 66억원, DY폴리머에 177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두 회사가 지난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사업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수가액보다 100억원가량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11월엔 미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 어센드엘리먼츠의 주식을 매각해 1300억원을 확보했다. 어센드엘리먼츠는 SK에코플랜트가 2022년 8월 6084만달러(약 815억원)에 인수한 기업이다. 이 기업은 2023년 한 해 동안 829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번 매각은 최근 폐기물 및 수처리 기업들의 높은 인수 가격 흐름과 맞물려 시장에서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에코비트는 IMM 컨소시엄에 2조7000억원에 매각됐으며 KJ환경 역시 글로벌 PEF에 1조원 규모로 거래됐다. 하지만 경기 둔화와 투자심리 위축 등의 변수가 있어 최종 매각가가 SK에코플랜트 측의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도체·고부가가치 리사이클링 사업 집중
SK에코플랜트는 이번 매각을 계기로 사업구조를 전면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SK㈜로부터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반도체 모듈 전문기업 에센코어를 인수하며 반도체 소재·부품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향후 반도체 설비 구축과 모듈 제조·유통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리사이클링 전문 자회사인 SK테스를 통한 고부가가치 사업 확대도 추진한다. SK테스는 전자폐기물과 폐배터리 재활용을 주력으로 하고 기업으로 SK에코플랜트가 2021년 14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회사다. 특히 IT자산처분서비스(ITAD)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에 연간 60만대의 서버를 처리할 수 있는 ITAD 공장을 운영 중이며, 이는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시장인 버지니아에서 전략적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에센코어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ITAD 과정에서 나오는 반도체 부품을 에센코어의 리퍼비시(중고 제품 재생) 사업에 활용하거나 파쇄를 통해 추출한 핵심 금속을 반도체 제조사에 제공하는 등 수익성 높은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SK테스는 최근 AI 수요 증가로 늘어나는 데이터센터용 ITAD 시설도 확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가 기존의 단순 폐기물 처리에서 폐배터리와 ITAD 등 고부가가치 리사이클링으로 사업의 중심을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관련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더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