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단통법 폐지해도 보조금 경쟁 안 할 것”
유진투자증권, ‘단통법 폐지 영향 분석’ 보고서 발간 이찬영 연구원 “보조금 경쟁에 수익성 악화 시 시장신뢰 영구상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고 마케팅비를 통제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과거와 달리 이동통신 사업의 실적 기여도가 낮기 때문이다.
또 보조금 경쟁이 격화돼 마케팅비 증가로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되면, 주가 하락은 물론 시장의 신뢰를 반영구적으로 상실할 수 있단 점도 고려할 것이란 설명이다.
9일 유진투자증권은 단통법 폐지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단통법은 오는 7월 약 11년 만에 폐지를 앞두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전까지는 통신3사 모두 휴대폰 가입자 점유율과 주가가 대체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이후에는 이 같은 추세가 깨졌다.
구체적으로 KT는 2020년부터 가입자 점유율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같은 기간 주가는 2만원대에서 4만원대로 두 배가량 뛰었다. SK텔레콤도 2014년 이후 점유율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주가는 등락을 반복했다. LG유플러스는 2014년 이후 가입자 점유율이 증가 추세지만, 주가는 비례해서 오르지 않고 1만원대 초반과 후반을 오갔다.
단통법 도입 이전에는 통신사의 가입자 시장점유율이 주가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였지만 현재는 주주환원, 이익률, 비통신사업의 성과 등 다양한 요소들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가입자 시장점유율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신3사는 최근 인공지능(AI), 미디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신사업을 강화 중이다.
이찬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업 자체에서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지속적으로 축소되면서 영업성과의 중요성이 하락했으며, 과거 매출 성장을 전적으로 견인하던 이동통신사업과 달리, 현재는 통신업 외에도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여명희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전무는 지난 6일 작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무선 시장은 결합률이 높아지고 휴대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단통법 이전처럼 사업자 간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기에는 적합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단통법 폐지가 소모적인 경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진투자증권은 보조금 경쟁이 통신3사에게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2006년부터 보조금 규제가 완화돼 2008~2010년에 보조금 경쟁이 전면 허용됐는데, 이 기간 마케팅비는 급증한 반면, 이동통신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ARPU)은 하락해 수익성이 악화했고, 주가 역시 부진했단 이유에서다.
이 연구원은 “통신3사는 밸류업 계획을 통해 통신사업의 구조적 개혁을 통한 수익성 개선과 AI를 통한 성장성 회복이란 목표를 공식화했다”며 “이 계획은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작년 주가 상승의 핵심 동인으로 작용했다. 시장은 출혈적 성격의 보조금 경쟁이 수익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인지하고 있기에, 수익성 개선을 우선과제로 설정한 통신사들이 과도한 경쟁을 자제할 것이라는 신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단통법 폐지 이슈에도 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오는 7월 단통법 폐지 이후 보조금 경쟁이 격화돼 마케팅비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된다면, 주가 하락은 물론 시장의 신뢰를 반영구적으로 상실할 수 있다. 따라서 통신사들은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마케팅 자금을 운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