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미달·관세 부담···한국GM, 투자 향방은
작년 파업·내수 부진에 50만대 생산 달성 불발 트럼프 2기 한국산 품목 관세추가 가능성도 악재 인력 800여명 감소···“지속가능 기반 마련하겠다”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GM 한국사업장(한국GM)이 작년 생산목표 미달, 미국 보편관세 추가 등 악재를 만나 본사의 후속 투자를 이끌어내기 어려워진 모양새다. 사측은 사업 경쟁력 개선을 위해 시설 재구성, 감원 등 비용절감 방안을 최근 단행했다.
3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GM의 지난해 생산대수는 49만4072대로 집계됐다. 전년(46만4648대) 대비 6.3% 증가했지만 당초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이 임기 중 목표로 제시했던 50만대에 못 미쳤다.
비자레알 사장은 본사 주도로 인천 부평공장, 경남 창원공장에 각각 2000억원, 9000억원 이뤄진 투자를 기반으로 지난해 연간 50만대 생산 목표를 수립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 등 소형차 2종을 국내외 시장에 본격 인도해 생산실적을 끌어올렸지만 노조 파업, 내수 부진의 악영향을 받았단 분석이다.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지난해 7~8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 결렬에 반발해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국내 한국GM 협력사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며 파업 철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국내 완성차 모델의 판매 부진도 생산량을 줄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의 지난해 내수 판매대수는 각각 1만8634대, 4260대로 전년 대비 합산 8283대 감소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통상 임단협 타결 후 잔업, 특근을 실시해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공백을 보충하는 관행을 이어왔다. 하지만 한국GM은 작년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의 낮은 수요 때문에 생산량을 늘리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트레일블레이저는 북미에서 동급 모델간 수요 잠식 등 사유로 인해 수출 물량(17만8852대) 마저 전년 대비 16.1% 줄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국 보편관세 부과 가능성이 커진 점도 한국GM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2기는 오는 4일부터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대미 무역 흑자 8위 규모의 국가로 미국의 보편관세 부과가 유력한 국가다.
국내 완성차에 미국 보편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저하되고 한국GM의 생산 타당성, 경쟁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GM 미국 본사 관점에서 볼 때 한국에서 생산 분야 투자를 늘릴 명분이 줄어드는 셈이다. 한국GM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을 통해, 오는 2027년 소형차 2종의 후속 모델 생산 물량 배정을 약속했지만 세부 조건은 업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GM이 지난해 고객 시설 확충에 수백억원 투자를 결정했지만, 올해 이후 신규 투자를 단행할진 미지수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한국GM은 지난해 동서울 서비스센터 신축, 원주 서비스센터 증설 등에 계약금을 각각 385억원, 55억여원 지급할 예정이다.
이는 쉐보레, 캐딜락, GMC 등 GM 산하 여러 브랜드의 고객을 응대할 수 있는 직영 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다. 시설 확충은 고객과 구직자에게 반가운 소식이지만 원활한 시설 운영과 투자 회수, 후속 투자를 위해 내수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 4년새 9.6% 감원···비용절감 기조 이어갈 듯
한국GM은 작년 내수, 수출 확대 제한으로 인한 실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인력 감축, 시설 가동 중단 등을 단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공데이터포털에 따르면 한국GM(한국지엠주식회사)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020년 12월 말 8733명에서 매년 감소해 작년 12월 말 7895명만 남았다. 4년새 9.6%(838명) 감원했다.
2022년 트랙스 크로스오버 생산 개시에 힘입어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2023년 영업이익 1조원을 단숨에 돌파했지만 인력은 계속 줄였다. 작년 영업이익은 오는 4월 공시할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한국GM은 지난 2022년 11월 말리부, 트랙스를 생산하던 부평2공장은 2년 넘게 가동 중단 중이다. 대규모 투자한 부평1공장, 창원공장에 생산 기능을 집중했다. 한국GM 노조는 사실상 폐쇄 수순에 돌입한 부평2공장을 한국 자동차 역사 전시공간으로 재구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가동 중단된 공정에서 근무하던 인력을 창원공장에 일부 재배치하고 정년 퇴임, 자발적 퇴직 등으로 인한 인력 자연 감축분을 신규 채용으로 보충하지 않고 있다.
한국GM은 올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용 절감을 이어갈 전망이다. GM이 작년에 전년 대비 39.4%나 감소한 글로벌 당기순이익(net income, 59억6300만달러)를 기록한 후 비용 줄이기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내연기관차 판매 감소분을 전기차(EV) 라인업으로 보강할 계획이어서 한국산 소형차 2종의 위상 약화도 예상된다. 한국GM은 기존 멀티 브랜드 전략을 지속해 내수 실적을 만회하는 한편, 생산역량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한단 방침이다.
한국GM은 “지난해 연간 50만대 생산역량을 확보한데 이어 올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내수 시장에선) 세 브랜드를 주축으로 판매전략을 펼쳐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