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보험사 인수 시동걸까
내실 다진 함 회장, 2기 체제에선 외형 확장 꾀할듯 자본력은 충분하지만···마땅한 매물 없어 '고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함영주 2기’ 체제에서 보험사 인수에 다시 나설지 관심이 모인다. 하나금융의 사업 포트폴리오 가운데 가장 약한 고리는 보험 부문이다. 하나금융은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장에 마땅한 매물이 잘 보이지 않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함 회장을 차기 지주 회장으로 단독 추천했다. 내부 3명, 외부 2명 등 총 5명의 최종 후보군(숏리스트)를 대상으로 심사한 결과다. 오는 3월 말 열릴 주주총회에서 과반의 찬성표를 얻으면 함 회장은 3년 간 하나금융을 더 이끈다. 함 회장은 지난 2022년 3월 하나금융 지휘봉을 처음으로 잡았다.
이사회가 함 회장의 연임을 선택한 이유는 실적이다. 함 회장이 취임한 첫해부터 하나금융은 역대 최대 규모의 순익을 거뒀다. 이듬해인 2023년은 전년 동기 대비 3.3% 소폭 줄면서 주춤했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익은 3조2254억원으로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특히 이는 핵심 비은행 계열사인 하나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부진한 가운데서 올린 실적이다. 최대 자회사인 하나은행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으로 은행권 최대 순익을 올렸다.
함 회장이 두 번째 임기에 돌입하면 하나금융은 적극적으로 외형 확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첫번째 임기 동안엔 내실을 다졌다면 이제부터는 대형 인수합병(M&A)으로 한 단계 도약에 나설 단계란 관측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1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형 M&A는 없었다. 2020년 소형사인 더케이손해보험(현 하나손보)를 인수한 것이 전부였다.
하나금융의 사업 포트폴리오 가운데 보강이 필요한 부분은 보험업이다. 하나생명·손해보험은 하나금융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규모다. 하나생명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자산 6조3000억원으로 국내 22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19위에 머물렀다. 하나손보는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총자산이 2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나금융이 2023년 KDB생명를 사들이려고 했던 이유다.
하나금융이 대형 M&A에 나서는데 있어 자본력은 충분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하나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17%로 금융당국이 권고한 12% 대비 여유가 많다. CET1은 금융지주의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할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금융지주는 이 비율이 일정정도 유지되도록 하면서 경영 전략을 짠다. 대형 M&A에 나서면 CET1이 하락하기에 이 지표가 규제치 대비 여유가 있어야 한다.
다만 시장에 마땅한 매물이 보이지 않는 점이 문제다. 생보사 가운데 현재 시장에 나온 곳은 하나금융이 인수하려다 포기한 KDB생명 한 곳 정도다. 잠재 매물 가운데선 메트라이프가 있다. 메트라이프는 생보업계에서 마지막 남은 우량 매물로 꼽힌다. 자산규모도 약 25조원 수준으로 업계 10위 안에 든다. 이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자본건전성 수준이 업계에서 가장 높다는 점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킥스)는 369.07%로 생보사 최대 업체인 삼성생명(193.51%) 대비 약 170%포인트 크게 높다. 인수를 하면 추가 자본 투입 걱정이 전혀 없다.
문제는 메트라이프가 언제 시장에 나올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미국 본사에선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의사가 아직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본사가 한국 메트라이프를 통해 얻는 수익성도 괜찮은 상황이다. 2023년 메트라이프는 주당 1만3774원씩 총 1950억원을 본사로 올려 보냈다. 배당성향 52.21%에 달하는 큰 규모의 액수다. 더불어 시장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미국 본사가 높은 가격을 부를 가능성이 큰 점도 문제다.
손보사 매물도 없긴 마찬가지다. 가장 우량한 매물로 꼽히는 곳은 롯데손해보험이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원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지난해 롯데손보 인수를 추진했지만 가격 입장 차이가 커 결국 발을 뺐다. MG손해보험도 시장에 나와 있지만 현재 메리츠화재가 예금보험공사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임 회장들이 하나금융 확장에 큰 기여를 한 만큼 함 회장도 대형 M&A를 통해 또 다른 도약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며 "다만 함 회장의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남은 점은 또 다른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