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6억 명동 땅도···주인 없는 토지 국유화 추진
미등기 사정토지 규모 여의도 188배·2조2000억원 토지 소유자·상속자 우선 등기 기회 부여···나머지 국가 소유
[시사저널e=시사저널e 기자] 정부가 주인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등기 토지에 대한 국유화를 추진한다. 토지 면적은 여의도의 188배, 공시지가 기준 2조2000억원이 넘는 규모가 국유화 대상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미등기로 조사된 토지에 대해 실제 소유자가 나타나면 간단히 등기할 수 있게 하고, 남은 토지는 국가가 관리하도록 하는 특별법(미등기 사정토지 국유화 특별법)을 마련하겠다고 27일 밝혔다.
아울러 법무부를 비롯한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행정안전부·법원행정처·조달청 등 7개 부·처·청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정동률 권익위 산업농림환경민원과장은 “권익위가 지난 4년간의 실태 조사와 정책연구용역을 통해 특별법 초안을 작성했다”면서 “이후 법무부가 각 부처와 면밀한 협의를 통해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는 등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미등기 사정(査定) 토지는 일제강점기 토지 조사 당시 소유자와 면적·경계가 정해졌으나 소유자의 사망이나 월북 등의 이유로 100년 넘게 등기가 이뤄지지 않은 땅을 의미한다.
미등기로 조사된 토지 규모는 544㎢(63만 필지)로 여의도(2.9㎢)의 약 188배, 국내 토지 면적의 약 1.6%에 달한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2조2000억원이 넘는다. ‘금싸라기’로 불리는 서울 중구 명동 땅도 소유권이 불분명한 미등기 사정토지가 3필지(약 1041㎡)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에는 등기가 아닌 계약만으로도 소유권 이전이 가능했지만, 1960년 민법 시행으로 등기가 의무화됐으나 비용 문제 등으로 등기하지 않은 사례가 많아지면서 미등기 토지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상속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거나 월북자 또는 사망자가 소유자로 남아있게 된 예도 있다.
미등기 사정토지가 증가하면서 소유권 확인 문제로 공공·민간 개발사업이 지연되거나, 불법 쓰레기 투기 문제가 늘어나면서 관련 민원도 대폭 증가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미등기 사정토기 관련 민원 접수 건은 2012년 이후 약 7000건에 이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권익위가 이번에 마련한 특별법은 미등기 토지에 대해 초기에 소유자로 등록된 사람이나 그 상속자에게 우선 등기 기회를 준다는 내용을 담았다. 나머지 땅은 국가가 소유하도록 했다. 향후 진짜 소유자가 나타나면 소유권을 돌려주거나 돌려줄 수 없는 경우에는 보상금을 지급한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미등기 토지를 정리하면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민간 토지 개발사업도 더 빨리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관련 부처들과 협업해 금년 말까지 법률을 제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