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인출국면 진입···연금수령 요건 완화해야”
보험연구원, ‘퇴직연금제도 인출국면 현황과 과제’ 보고서 발표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우리나라에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에 다다른 가운데 인출 국면에 진입하는 가입자들이 늘고 있다. 이에 인출 국면에 접어든 퇴직연금의 발전 방안으로 연금수령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경희·손성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퇴직연금제도 인출국면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인출 국면에 진입한 50대 인구는 872만명에 달한다.
퇴직연금제도는 도입 이후 18년이 경과하면서 적립금이 380조원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머지않은 시기에는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국민연금을 넘어설 것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할 정도로 퇴직연금 제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그간 퇴직연금 제도 개선은 적립 국면 중심으로 이뤄졌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2005년 최초 제정된 이후 인출국면 관련 법정 개정 없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진은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는 급여의 종류 및 수급요건 등을 규정한 근퇴법 제17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물론 소득세법의 개정으로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할 때의 세율을 일시금으로 수령할 때보다 30% 낮은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일시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 큰 상황에서는 이것만으로 연금화를 유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3가지 측면에서 인출 국면에 접어든 퇴직연금제도의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제도적 측면에서는 연금수령 요건의 완화, IRP 유연성 제고, 연금수령의 디폴트화, 인출국면 맞춤형 정보제공의 강화, 종신연금 선택 시 최저세율 적용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연금수령 요건에 대해서는 가입기간 10년 요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가입기간 10년 요건은 가입자 선택권 존중이라는 정책적 의도와 배치될 수 있다”며 “일시금 수령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으면서 연금수령에 대해서는 연령과 가입기간이라는 2가지 요건을 설정한 것은 연금으로 수령하고자 하는 가입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환경적 측면에서는 퇴직연금 통계의 개선, 공적 무료상담서비스의 체계적 제공, 인출국면 비교공시 강화 등 3가지를 제안했다. 비교공시 강화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인출옵션과 상품을 비교할 수 있도록 인출국면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현재 금융감독원의 파인 시스템 내 통합연금포털에서는 연금상품 비교공시라는 항목을 운영하고 있다”며 “그러나 그 세부내용을 보면 적립 단계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연금상품 비교공시는 적립 단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므로 인출국면을 전담하는 코너를 하나 개설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인출상품 비교공시’라는 항목을 추가해 인출옵션을 제공하는 사업자의 다양한 인출방법을 일목요연하게 비교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영적 측면에서는 연금보험 경쟁력 제고, 운용현황보고서 개선, 자산운용 역량 강화 등 3가지 방안을 도출했다.
연구진은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을 감안할 때 60세에 연금보험에 가입하더라도 20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며 “연금상품은 약간의 수익률 차이에도 연금의 원자는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연금상품은 수익률 민감도가 매우 높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금사업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연금상품의 매력도를 높이는 정도는 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하는 데 있다”며 “국내에서 운용 능력 강화가 쉽지 않다면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글로벌 운용시대임을 감안해 해외 유망 자산운용사 인수 또는 지분투자, 특정 분야에 강점을 보이는 자산운용사에 대한 투자, 글로벌 운용능력이 뛰어난 자산운용사와의 협업 강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