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원·골드바 내건 대형사···분양시장 위기감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 계약자에 골드바 10돈 계약금 5% 제안 잇따라···“시장 침체 장기화 여파”

2025-01-28     길해성 기자
수도권 한 대단지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미분양 해소를 위해 안간힘을 내는 모양새다. 계약금 5% 조건은 물론 계약자들에게 수천만원대 현금과 골드바, 자동차 등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과거 중소형사의 전유물이던 이런 할인 마케팅이 대형사로 확산되며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 2차’는 계약자들에게 선착순으로 축하금 2000만원과 골드바 10돈(600만원 상당)을 증정했다. 아울러 계약금을 10%에서 5%로 낮추고 중도금 6회차 중 3회차에 대해 무이자 대출 혜택도 제공했다. 단지는 2022년 청약 당시 967가구 모집에 244가구만 신청해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다. 이후 2년 반이 지나도록 완판에 어려움을 겪었다.

평택 화양지구에서 대우건설이 공급하는 ‘평택 푸르지오 센터파인’은 계약자에게 축하금 500만 원과 자동차 경품을 내걸었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그란츠리버파크’는 지난해 샤넬 가방을 경품으로 내건 이벤트로 주목받았다.

일부 단지에서는 계약금을 대폭 낮추는 등 수요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힐스테이트 오산더클래스’(970가구)는 6억대 분양가 아파트를 계약금 5%만 받는 조건으로 초기 계약금 500만원과 발코니 확장비 297만원으로 계약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10월 최초 모집 당시 계약금 10% 조건에서 크게 완화된 것이다.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인천 ‘계양롯데캐슬파크시티’(3053가구)도 59·84·108㎡ 타입에 대해 계약금을 5%로 낮췄다.

대형사들마저 파격 조건을 내건 배경은 시장 침체가 장기화된 영향이 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물량은 2022년 6만채를 넘어선 뒤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방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24년 기준 지방에서 1·2순위 청약을 진행한 단지 중 절반 가량이 미달을 기록했다.

특히 준공 후에도 분양되지 않은 ‘악성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1월 기준 1만8644가구로 2020년 이후 최대치다. 공사를 마쳤음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물량이 늘어나면서 건설사들의 자금 부담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할인과 경품 전략은 과거 주로 중소형 건설사들이 사용하던 방식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대형사들까지 이 방법을 채택하며 미분양 문제 해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계약자와의 형평성 문제로 2010년대 초반 사라졌던 ‘안심보장제’ 부활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심보장제는 계약자가 부동산을 계약한 후 시행사나 건설사가 추가 할인이나 혜택을 제공할 경우 기존 계약자에게도 동일한 조건을 소급 적용하는 제도다. 과거 시장 침체기에 갈등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시장 회복 이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시장에선 대형사의 할인 분양이 단기적으로 미분양 해소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할인 전략이 지속될 경우 전체 시장의 가격 하락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도 더 이상 기존 전략만으로는 미분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할인분양의 확산이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러한 할인 경쟁이 심화될 경우 전체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며 “결국 건설사와 기존 계약자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