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 현대건설, 23년 만에 적자 전환
영업손실 1조2209억원 현대ENG, 대규모 손실 반영 수주잔고 89조원 확보 재무 안정성은 양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현대건설이 23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2일 현대건설은 2024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1조220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도 영업이익 7854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악화된 수치다. 현대건설이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한 건 2001년 이후 처음이다.
손실의 주요 원인은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이 수행 중인 해외 프로젝트다. 2019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진행 중인 발릭파판 정유공장과 2021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된 자푸라 가스플랜트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추가 비용이 이번 적자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했고 공기 지연까지 겹치며 손실 규모가 커졌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잠재적인 손실까지 선반영한 결과다”며 “발주처와 협의를 통해 손실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성과도 있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신규 수주 30조5281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목표치인 29조원을 초과 달성했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원전 설계와 사우디 자푸라 프로젝트 패키지2 등 해외 프로젝트가 실적에 기여했다. 수주잔고는 89조9316억원으로 안정적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
재무 구조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현대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조3964억원, 순현금은 2조1498억원으로 집계됐다. 유동비율은 144.7%, 부채비율은 178.8%로 나타났다. 신용등급은 업계 최상위 수준인 AA-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청정에너지와 혁신 기술에 집중할 계획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30조3873억원, 수주 목표는 31조1412억원, 영업이익 목표는 1조1828억원으로 설정했다.
소형모듈원전(SMR), 해상풍력, 태양광, 수소 등 고부가가치 청정에너지 사업에 적극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신개념 주거상품 개발과 생산기술 혁신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가율 관리와 핵심 프로젝트 중심의 선별 수주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