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1등’ 내거는데···우리銀, 퇴직연금 경쟁 ‘지지부진’

4대 은행,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 155.3조원···전분기 대비 7.7% 증가 신한은행, 4대 은행 중 적립금 규모 1위 하나은행, ‘적립금 증가’ 선두···KB국민은행, DC와 IRP에서 적립금 1위 우리은행, 나홀로 20조원대···낮은 수익률에 성장 더뎌

2025-01-22     김희진 기자
4대 은행 퇴직연금 적립금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퇴직연금 시장 내 1위 타이틀을 내걸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각기 적립금 규모와 증가세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우리은행은 적립금과 수익률 모두 부진한 지표를 나타내면서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미미한 모습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누적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55조33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144조2451억원) 대비 7.7% 증가한 규모다. 2023년 4분기(134조5898억원)와 비교하면 1년 새 15.4% 늘었다.

지난해 10월 말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증권사로의 자금 이탈 우려가 제기되자 은행들은 퇴직연금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는 기존 퇴직연금을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때 운용 중인 금융 상품을 현금화할 필요 없이 그대로 유지한 채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본격적인 제도 시행에 앞서 시중은행들은 사전예약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마케팅을 펼쳤다. 그 결과 우려와 달리 순조로운 적립금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의 적립금이 직전 분기와 마찬가지로 4대 은행 중 가장 많은 액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45조9153억원으로 전분기(42조7010억원) 대비 7.5% 늘었다.

뒤이어 KB국민은행이 지난해 3분기(39조5015억원)보다 6.4% 증가한 42조481억원으로 집계됐으며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37조78억원에서 40조2734억원으로 8.8% 늘었다. 두 은행 모두 적립금 규모가 40조원대에 안착했다.

적립금 성장을 거둔 주요 은행들은 잇따라 업계 1위를 내걸며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먼저 하나은행은 2023년 말 대비 퇴직연금이 6조6000억원가량 늘며 전 금융권에서 적립금 증가 1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지난 2023년에도 적립금이 6조4000억원 증가하며 금융권 내 증가 폭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2년 연속 적립금 증가 1위라는 성적을 냈다.

신한은행은 개인형IRP 상품군에서 작년 한 해 동안 적립금이 약 3조300억원 늘어나며 은행권 순증 1위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최다인 190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라인업을 구축했으며 영업점 무서류 IRP 신규 서비스 도입 등을 통해 고객 편의성을 높인 점이 순증 1위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KB국민은행은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IRP 상품군에서 적립금 규모 1위를 차지한 점을 내세웠다. 국민은행은 DC형과 개인형IRP 분야에서 전체 사업자 중 유일하게 꾸준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DC형은 18년 연속(2007년~2024년, 12월 말 기준), 개인형IRP 시장에서도 15년(2010년~2024년, 12월말 기준) 연속으로 적립금 규모 1위라는 성적을 이어갔다.

이처럼 은행들이 앞다퉈 1위 경쟁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은 자금 유입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적립금이 여전히 저조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작년 3분기 25조348억원에서 4분기 27조988억원으로 8.2% 늘었으나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20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우리은행의 퇴직금 성장세가 더딘 배경으로는 낮은 수익률이 꼽힌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우리은행은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군에서 ▲확정급여형(DB) 5.84% ▲DC형 9.79% ▲개인형IRP 9.69% 등 모두에서 4대 은행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상품경쟁력 강화를 위해 DC형과 개인형IRP 연말 영업에서 연중 영업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수익률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적립금 규모를 늘리는 데 있어서 중요한 건 결국 수익률”이라며 “고객 입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금융사에 퇴직연금을 맡기고 싶은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퇴직연금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익률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