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기준금리 동결에 카드론 확대 카드 꺼낼까

기준금리 동결로 자금조달 비용 상승···수수료율 인하 여파까지 카드사 수익성 악화 예상 위기 타파 전략으로 단기적으로 카드론 영업 확대 전망 카드론 잔액 상승 추세···추가 확대 시 대손충당금 적립 등 역풍 가능성 카드론 다중채무자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도···건전성 리스크 우려 부각

2025-01-22     김태영 기자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하락추세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이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카드론을 추가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카드론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릴 경우 향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건전성 리스크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AA+ 등급 3년물 금리는 연 3.103%로 집계됐다. 금리가 치솟았던 1년 전(3.927%)·2년 전(4.816%)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 2022년 1월 17일 2.677%, 지난 2021년 1월 15일 1.243%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연초부터 3.0%대를 나타냈지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앞둔 지난 13일부터 3.1%대로 상승했다.

은행 예·적금처럼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가 하락할 경우 카드사들은 이자 비용 지급 부담이 줄어 순이익이 증가한다. 자금조달 비용 부담을 놓고 카드사들의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카드사들은 지난 2022년 10월 강원도의 레고랜드 보증채무 미이행 사태 직후 여전채 금리가 사상 최초로 6%를 돌파하면서 위기를 겪기도 했다. 흔들리던 채권 시장은 금융당국이 신속히 진화에 나서면서 점차 안정을 찾았고 기준금리 하락 추세에 따라 여전채 금리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최근 기준금리 동결로 여전채 금리가 다시 상승하면서 이자 비용 지급 부담이 늘었고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면서 카드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경기 불황과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도 실적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지난 2007년 4.5% 수준이었던 영세·중소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다음달 14일부터 0.4%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이 단기적으로 수익성 위기를 타파할 전략으로 카드론을 늘릴 것으로 전망이 나온다. 카드사 입장에서 카드론은 양날의 검이다. 금리가 15%대에 달하는 만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용자들 대부분이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라는 점에서 연체율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연체율이 높아지면 카드사는 그만큼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순이익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수익성을 위해 카드론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릴 경우 대손충당금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기 악화로 카드론을 제 때 갚지 못하는 취약차주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6467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조6273억원)보다 증가난 수치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받고 이를 제때 갚지 못해 연체한 차주가 카드사로부터 상환자금을 재대출 받은 상품을 의미한다.

가장 큰 문제는 카드론은 이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카드론 또한 지난달에만 3조원 넘게 사용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등 8개 카드사 카드론 이용금액은 42조7850억원으로 전달보다 3조4027억원 늘었다. 1년 전인 2023년 말과 비교해도 3조원 가량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카드론 평균 금리는 9월 14.29%, 10월 14.32% 등 지속해서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내림세를 나타냈음에도 대출자들이 높은 금리로 카드론 대출을 찾은 것이다.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취약차주들의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카드사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도 가진 다중채무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다 채워 1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차주가 카드론 등을 받아 급전을 마련하는데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 한계 차주가 더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별로 리스크관리 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도 "다음달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실적 부분에서 카드론의 중요도가 더욱 커진 만큼 카드사 입장에서는 당분간 카드론 취급 규모가 줄어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