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산은 부산 이전, 실패 인정하고 원점 재검토해야

탄핵 이후 정부 주도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 사실상 좌초 국회 관련 논의 중단···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임기 조만간 만료 지역균형발전 논리만 강조한 금융중심지 정책은 되려 국가 금융산업 경쟁력 약화 부산 이전 정책 오류와 실패 인정해야···근본적으로 정책 전면 재검토 필요

2025-01-21     김태영 기자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현 정부 국정과제였던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사실상 좌초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산업은행 직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정책이 사실상 폐기됐다고 생각한다. 한국산업은행을 이전하려면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규정한 '한국산업은행법'을 고쳐야 하는데 탄핵 정국으로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아예 중단됐다.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력하게 추진해 온 현 정부 국정과제였기에 탄핵 여파를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 임기가 오는 6월에 끝나고 현재 정치적 상황에서 연임 여부도 불투명하기에 더는 동력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전에 찬성한 국민의힘마저 탄핵 정국으로 분열되는 등 혼란에 빠졌으며 야권에서는 계엄 사전 경고로 주목받고 있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이전 반대를 주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산업은행은 동남권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자체적으로 부산 이전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강 회장은 지난달 18일 부산에서 "수도권 집중화는 국가 경쟁력 저하 요인 중 하나"라며 "산업 자본이 풍부하게 축적된 동남권을 경제 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는 산업은행법 개정 전이라도 실질적인 이전 효과를 내기 위해 직원 약 30명을 부산 등 남부권으로 이동시키는 2자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공식적으로는 부산 이전 정책이 폐기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부가 정치 위기 속에서도 한국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고집하는 이유는 지역균형발전이다. 서울에 집중된 주요 기능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신용보증기금(대구)과 한국주택금융공사·예탁결제원·자산관리공사(부산) 등의 금융 공기업이 이미 지방으로 이전해 있는 만큼 정책금융의 중추인 국책은행 역시 지역으로 터를 옮긴다면 국가 균형 발전 및 지방 소멸 대응 측면에서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경제효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한국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마이너스 경제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한국재무학회의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으로 산업은행 기관에는 7조원의 손실이, 국가 경제에는 15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재무학회는 한국산업은행 이전으로 10년간 산업은행 수익이 6조5337억원 감소하고 신사옥 건설·주거공급 비용·출장비용 등 비용이 4702억원 증가해 7조39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09년 부산은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당시 서울과 부산이라는 복수의 금융중심지를 둔 것은 상호 보완·경쟁을 통해 발전하라는 목적 때문인데 현재 금융위원회가 2개 도시의 차별화·특화를 위해 별도로 추진하거나 계획 중인 사업도 없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부산의 전국 대비 GDPR(금융보험업 부문 지역 내 총생산) 비중은 2008년 5.9%에서 2022년 5.1%로 오히려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중심지로서의 경쟁력이 아닌 지역균형발전 논리만 강조한 금융중심지 정책은 오히려 국가 금융산업 경쟁력 약화로 귀결된다.  정치 논리에 의해 잘못된 정책을 고집한다면 국가 경제에는 재앙으로 작용할 것이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무리한 억지 주장보다는 지금이라도 부산 이전 정책의 오류와 실패를 인정해야 하는 이유다. 근본적으로 정책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