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3조원 무신사, IPO까지 넘어야 할 과제 산적
외부 지정 감사인 선정 “IPO 관련 정해진 바 없다”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무신사가 올해 유통업계 기업공개(IPO)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적자 사업 정리와 브랜드 강화로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공정거래 조사와 품질 이슈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가 최근 사업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IPO를 앞두고 수익성 제고를 이뤄내려는 의도다.
금융감독원은 올 초 무신사 외부 지정 감사인으로 안진회계법인을 선정했다. 통상 기업의 지정 감사인 신청은 IPO 추진의 첫 단계에 속한다.
무신사는 지난 2023년 무신사 홍대 오픈 기념 행사에서 IPO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시 한문일 전 무신사 대표는 “IPO는 자금 확보 수단임과 동시에 기존 주주의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기존 주주들의 투자금 회수 문제는 서로 얘기가 잘 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지난 2019년 미국 벤처캐피탈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5년 내 IPO를 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2월 말 5년의 기한이 종료돼 무신사의 IPO 추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무신사는 부진한 사업을 재편하며 수익성 제고에 힘쓰고 있다. 무신사의 지난 2023년 매출은 9931억원, 영업손실은 8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거래액 규모는 4조원으로 기록됐다.
무신사는 지난달 솔드아웃을 운영하는 자회사 에스엘디티(SLDT)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플랫폼에서 공통된 영역을 연동·통합해 운영 효율화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란 설명이다.
솔드아웃은 지난 2021년 SLDT로 법인 분리됐으나, 지속된 적자로 무신사의 아픈손가락이 됐다. 무신사는 앞서 스타일쉐어를 통합 후 정리한 전례가 있는 만큼, 업계에서 솔드아웃 정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외에도 무신사는 패션 전문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자회사 ‘오리지널 랩’과 지속가능성 플랫폼 ‘CQR’을 운영하는 ‘무신사랩’을 청산했다.
사업 전문성도 강화했다. 무신사는 이랜드월드 출신 최운식 부문장을 선임해 브랜드 부문을 신설했다. 패션잡화, 뷰티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산재돼 있는 브랜드 사업 간의 시너지를 만들고 브랜드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취지다.
박준모 무신사 대표는 “기존 흩어져있던 브랜드 관련 조직을 통합해 부문 단위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상품 기획력과 비즈니스 전개 속도 측면에서 획기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 초 글로벌 스포츠 의류 업체인 중국 안타스포츠는 국내 기관들이 보유한 무신사 지분을 500억원에 사들이며 지분 약 1.7%를 확보했다. 무신사는 이번 구주 매입 과정에서 약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지난 2023년 11월 마무리한 시리즈C 당시 기업가치와 비슷하다.
무신사는 추락했던 기업가치를 회복함과 동시에 중국 사업 확대 기회를 잡게 됐다. 안타스포츠는 무신사와 중국에 합작법인을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안타스포츠는 지난 2017년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과 손잡고 합작회사 코오롱스포츠 차이나를 설립한 바 있다.
이수경 KB증권 연구원은 “내수 시장은 전통 유통채널, 종합몰, 온라인 플랫폼, 브랜드 자사몰까지 참여하면서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매출처를 해외까지 확장시켜 전체 거래액 성장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잇단 잡음은 무신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무신사를 방문해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무신사는 입점 패션 브랜드들이 경쟁 플랫폼에 입점하지 못하도록 압박했단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 상품 가품 이슈에 이어 패딩 성분 오기, 시스템 오류로 인한 10만원 할인 쿠폰 오발급 문제까지 발생했다. 이같은 논란들은 무신사 대외 이미지를 실추할 수 있어 IPO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정기 모니터링을 통해 고위험 상품군에 대해서는 상세페이지 정보의 정확성을 점검하고 예외없이 퇴점을 포함한 삼진아웃 정책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5년 내 상장 조건은 의무적인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IPO 시기 등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