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유통-④] 글로벌 식품 강화···CJ제일제당 이선호 존재감 힘 싣는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매각 검토 유럽과 미국에 8000억원 투자 계획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CJ제일제당이 바이오사업부(그린바이오) 매각을 검토하며 본업인 ‘식품’에 역량을 쏟고 있다.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식품 성장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이 실장 승계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모건스탠리를 바이오사업부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오는 31일 본입찰을 진행한다. 바이오사업부는 CJ제일제당의 캐시카우로 꼽혔던 만큼, 매각가는 5조원대로 거론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일찌감치 식품업계 매출 4조원 클럽에 입성하며 매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해외서 성과를 낸 결과, 최근 3년간 CJ제일제당의 매출은 30조원에 육박한다. 증권가에서는 CJ제일제당 매출이 29조4714억원, 영업익 1조5715억원을 달성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5%, 21.7% 오른 규모다.
바이오사업부는 CJ제일제당의 알짜 사업이다. 지난 2023년 기준 CJ제일제당의 식품과 바이오사업 매출은 각각 11조2644억원, 4조1343억원이었다. 이는 전체 매출의 39%, 14%를 차지한다.
업계 안팎에선 CJ제일제당이 바이오사업부 매각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을 글로벌 식품기업 인수할 수 있단 관측을 내놓는다. 앞서 CJ제일제당은 2018년 CJ헬스케어 매각 대금으로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를 인수해 CJ제일제당 식품 사업군을 성장시킨 바 있다. 슈완스 인수 이후 CJ제일제당의 해외 식품사업 매출은 2019년 3조1540억원에서 지난 2023년 5조3861억원으로 4년간 70% 이상 성장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글로벌 식품사업 성장을 위해 8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신성장 전략 지역인 유럽의 사업을 대형화하고 핵심 국가인 미국에선 시장 지위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CJ제일제당은 2018년 독일 냉동식품 기업 ‘마인프로스트’를 인수해 첫 생산기지를 확보했다. 지난 2022년엔 C2C(해외 생산→해외 수출) 방식을 처음 적용한 베트남 ‘키즈나 공장’을 준공했고, 최근 호주에서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시설을 확보해 현지에서 만두와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헝가리 부다페스트 근교 ‘두나버르사니’에 부지를 확정 짓고 설계에 들어갔다. 이 공장의 부지는 11만5000㎡에 달하며, 최첨단 자동화 생산 라인을 갖추고 내년 하반기부터 비비고 만두를 생산해 유럽 시장에 판매할 예정이다. 추후 비비고 치킨 생산라인도 증설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헝가리 공장을 통해 연간 30% 이상 성장 중인 유럽 만두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향후 헝가리를 거점으로 인근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등 중·동부 유럽 및 발칸반도 지역으로 유럽 사업 대형화에 나선단 방침이다.
미국에선 자회사인 슈완스가 사우스다코타 주 ‘수폴스’에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완공시 찐만두·에그롤 생산라인과 폐수처리 시설, 물류센터 등을 갖춘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제조시설로, 미국 중부 생산거점 역할을 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사우스다코타 공장을 앞세워 미국 비비고 B2C 만두시장 1위(점유율 42%) 지위를 더 공고히할 계획이다.
차유진 CJ제일제당 오세아니아 법인장은 “현지에서 주로 이용하는 대형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판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면서 “호주 전역으로 촘촘한 판매망을 구축해 고객들이 어디에서나 비비고를 맛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신 IM증권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해외 식품은 유럽 및 호주 중심의 성장이 기대되며, 미국은 외형보다 수익 중심으로 움직일 전망”이라며 “아시아지역 경기둔화 관련 영향은 이어지고 있으나 일본의 경우 주요 제품 판가 정상화 등을 통해 일부 개선전환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CJ제일제당이 이선호 식품성장추진실장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글로벌 사업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실장은 담당하고 있는 ‘퀴진케이(Cuisine. K)’를 선보임과 동시에 지난해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도 동석했다. 퀴진케이는 한식의 발전과 세계화를 위한 CJ제일제당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전날 이선호 실장은 지난 2023년 퀴진케이 출범 이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영셰프와 멘토 셰프, 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한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했다.
이선호 실장은 지난 2022년 2월 임원직에 오른 이후 글로벌 식품사업을 총괄해왔다. 이 실장은 비비고를 중심으로 CJ제일제당의 해외진출을 주도했지만 아직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단 점에서 승계를 논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 실장은 이번 CJ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유임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선호 실장을 비롯한 유통업계 오너 3·4세들의 경우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승계보다는 사업부 내 영향력을 내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