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4대 금융지주, 배당 확대냐 충당금이냐 고민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제고 충당금 적립액 감소···제로섬 게임, 최적의 조합 방안 고민 원·달러 환율 급등 등 경제 상황 고려한 충당금 확보 소홀 지적 계엄 사태 따른 내수 부진 등 경기 침체 우려 커···건전성 관리 최우선 목표 삼아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지난해 고금리로 견조한 이자이익을 낸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들이 주주 환원율 제고와 충당금 적립 사이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 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미래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쌓는 것은 파이가 커지지 않는 한 불가능한 제로섬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균형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현재까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보니 대손충당금 확보에 다소 소홀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건전성 관리에 유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작년 1~3분기 현금배당 합산액은 2조6325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1~3분기(2조1891억원)와 비교해 1년 새 4434억원(20.3%) 증가했다. KB금융지주의 현금배당이 이 기간 5869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3131억원(53.3%)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우리금융지주는 2661억원에서 4010억원으로 늘었다. 신한금융지주는 8171억원에서 8203억원으로 32억원 증가했다.
하나금융지주의 현금배당은 이 기간 5190억원에서 5112억원으로 78억원 감소했다. 하나금융지주는 통상 연말 결산배당 비중이 크고 지난해 10월 주주환원 확대 계획을 발표한 만큼 연간 배당은 전년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4대 금융지주는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도 큰 폭으로 늘렸다. 4대 금융지주가 작년 하반기 이후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계획에 따르면 이들의 지난해 연간 자사주 매입·소각액은 총 2조1066억원으로 추산된다. 2023년(1조3080억원)과 비교해 1년 만에 61.1% 늘었다. 하나금융의 자사주 매입·소각액이 이 기간 1500억원에서 4500억원으로 늘어나 증가폭이 가장 컸다.
하지만 정작 금융지주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한편에서는 실적 발표 당시 공언했던 주주환원 확대를 추진해야 하는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올해 경제 상황을 고려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 여력이 정해져 있는데 충당금을 더 쌓는 동시에 주주 환원율을 올리는 것은 한 손에 창과 방패를 둘 다 드는 행위로 비유할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손실흡수능력 제고와 주주환원 정책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주주환원 확대와 달리 금융지주들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줄었다. 대손충당금은 금융회사가 빌려준 돈을 되돌려받지 못하는 경우처럼 자산에 부실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미리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하고 쌓아놓는 자금이다. 4대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2023년 1~3분기 누적 기준 총 5조5496억원에서 지난해 1~3분기 4조9440억원으로 6056억원(10.9%)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연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주요 금융지주들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일제히 하락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주자본비율은 금융사의 보통주 자본을 달러로 표시되는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이다. 위기 상황에서의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통상적으로 달러 가격이 오르면 원화 환산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해 보통주자본비율이 낮아진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4대 금융지주의 위험가중자산은 1조8000억 원가량 불어난다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내수 부진 등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만큼 강도 높은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에도 대출자산 중 부실채권 비율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4대 금융지주 모두 1년 전과 비교해 0.1~0.2%포인트씩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고환율로 보통주자본비율이 떨어져 각 지주가 발표한 밸류업과 주주 환원 계획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대외 요인과 건설 경기 침체로 경기 악화 가능성이 높아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