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 ‘원팀’이라더니···한지붕 식구들 성과급 차이
같이 HBM 만드는데 메모리사업부에만 TAI 200% 지급 “회사는 항의해도 무응답으로 일관해 이직 생각해”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 ‘원팀’을 강조한 삼성전자 경영진이 DS(반도체사업)부문 내 성과급 ‘갈라치기’로 같은 사무실 내 부서 간 갈등을 불러왔단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메모리사업부를 대상으로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조직개편이 대폭 추진된 상황에서 의견 수렴이 필요했단 비판을 받는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사업부별 작년 하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 지급률을 확정 짓고 임직원들에게 전달을 완료했다. 메모리사업부는 실적 개선 성과를 인정받아 기본급 200%의 사상 최대 TAI가 지급됐으며, 적자가 지속된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엔 기본급 25%의 지급률이 적용됐다.
TSP(테스트앤시스템패키지)총괄,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CTO_반도체연구소 등 그 외 소속엔 기본급 37.5%의 TAI 지급률이 적용됐다. 이들 조직은 반도체 공정설계, 공정기술, 설비기술, 패키지, 평가 및 분석 등 업무를 맡아 메모리 등 각 사업부 실적 개선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TAI 성과급에서 기본급 200%를 적용받은 메모리사업부와 차등 지급되면서 조직 내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일부 구성원들은 소속이 변경됐어도 여전히 HBM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TSP총괄 소속 직원 A씨는 “지금까지 메모리사업부와 동일하진 않았지만 일정 수준을 유지해 성과급을 지급했는데 이번 하반기 TAI는 훨씬 낮은 지급률로 받게 됐다”며 “메모리사업부와 함께 똑같은 HBM 제품을 다루는데 그 수준에 맞춰주지 않은 점에 대해 조직 내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급 지급 체계를 투명하게 공개해달라고 사내 게시판에도 글이 올라갔는데 회사에선 아무런 답변도 주지 않고 대응조차 하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요즘엔 이직을 고민하는 목소리도 늘었다. 여기에서 원팀이 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TSP총괄은 패키지 개발·양산부터 칩 검증 후 출하까지 반도체 패키징을 담당한다. HBM 은 칩을 연결하고 포장하는 패키징 기술이 중요한데 삼성전자는 지난해 DS부문장 직속에 있었던 첨단패키징(AVP) 개발 인력을 TSP총괄 내로 이관하기도 했다.
조직개편 과정에서 AVP개발팀 인력 중 일부가 메모리사업부로 편입됐다. 이번 성과급 차등 지급으로 온양지부 패키징 사업장에선 한 사무실을 근무하는 TSP총괄 인력과 메모리사업부 인력이 크게 차이난 성과급에 서로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됐다.
A씨는 “회사 식구들이고 동료들이라서 겉으론 드러내진 않지만, 아무래도 속으로 매우 불편한 상황”이라며 “원래 같은 팀이기도 했고, 지금도 같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성과급 차등 지급으로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 속상하다”고 전했다.
성과급 발표 직전 회사의 조직개편으로 기대했던 지급률을 적용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말 조직개편에서 소재부품센터(CTC)를 신설했는데, 기존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산하에서 메모리사업부, 파운드리사업부 등으로 조직이 구분됐던 MI(계측·검사)기술팀을 해당 신설 조직 소속으로 통합 이관했다. MI기술팀은 소속만 변경됐을 뿐 업무는 그대로 유지된다.
조직개편 직후 삼성전자는 TAI를 산정해 발표했는데, 같은 메모리 MI 업무를 하면서도 HBM 업무를 주력으로 하는 천안사업장 직원들에겐 TAI 200% 지급률이, 나머지 인력에겐 37.5%의 지급률이 적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P3D(평택3공장 메모리 설비), P4H(평택4공장 메모리 설비) 등 프로젝트 라인의 MI기술팀 직원들에겐 TAI 200% 지급률이, 평택1공장 인력엔 37.5%의 지급률이 적용됐다.
삼성전자 MI기술팀 소속 직원 B씨는 “우리는 작년까지 메모리사업부 소속이었고 12월에 CTC 소속으로 변경됐지만, 업무는 기존 하던 것에서 바뀌지 않았다. 지금도 메모리사업부 실적 개선을 위해 업무를 해오고 있는 건데, 여기에 상응하는 성과를 인정받지 못했다”며 “부서 내에서 같은 MI기술팀인데도 어느 라인에 있느냐에 따라 갈라져 부서원들의 의욕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외에 환경안전팀도 같은 조직에 소속돼 있지만, 화성사업장 인력은 200% 지급률을, 평택사업장 인력은 37.5% 지급률을 산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TAI는 1년에 두 번씩 지급되는 목표달성장려금으로, 통상 최대 월 기본급의 100%까지 지급률이 책정된다. 회사평가와 조직평가를 통해 A, B, C등급으로 나눈 다음 각 등급의 퍼센트를 산정해 지급률을 정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TAI 지급률 관련 회사평가서 메모리사업부를 비롯해 DS부문 내 모든 부서가 C등급(12.5%)을 책정받았다. 그러나 조직평가에서 메모리사업부엔 최대 등급인 A등급(50%)과 함께 S등급(137.5%)이 부가돼 총 187.5%의 평가를 받으면서 200%의 최종 TAI 지급률이 산정됐다. 반면, TSP총괄 등 그 외 조직은 조직평가에서 B등급(25%)을 받으며 최종 37.5%의 TAI 지급률을 적용받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DS부문 직원은 “TAI가 최대 100%까지 지급되는 걸로 아는데 이번에 200% 나온 것에 대한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 직장생활 20년 넘게 했지만 200%가 지급된 기억이 없다”며 “겉으로 티를 내진 못해도 직원들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미 태업에 들어간 직원들도 있다. 팀 자체적으로도 소통을 요구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답은 방법이 없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TAI가 성과급 규모는 작더라도 이런 것부터 체계적으로 가야 앞으로 성과 제도에서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