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적은데”···현대차·기아, 車 구독 서비스 지속하는 까닭

현대 셀렉션·기아 플렉스 5년째 운영 중, 다운로드 수만건에 그쳐 쏘카 인기와 대조···모빌리티 서비스 고도화 위한 경험 축적 취지

2025-01-08     최동훈 기자
현대차, 기아의 차량 구독 서비스 앱 현대 셀렉션(왼쪽)과 기아 플렉스 화면. / 사진=각 앱 캡처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 기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운영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국내 차량 구독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양사는 구독과 같은 서비스 사업에서 경영 목표인 모빌리티 솔루션 역량 강화의 기회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차량 구독 서비스 현대 셀렉션, 기아 플렉스를 수년째 제공 중이다.

두 서비스는 가입비, 선납금 없이 구독료와 주유비(충전비, 후불), 세차비, 통행료 등 일상 지출만 부담하면 된다. 주행거리 제한도 없는 등 렌탈, 리스 상품과 구분된다. 현대 셀렉션은 12개월 이상 장기 대여시 기존 렌탈 상품과 동일한 형식으로 제공된다. 두 서비스 모두 구독 기간 종료시 차량 인수가 불가하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현대 셀렉션은 현대차 일부 신차를 일, 월 단위로 차량을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등지에서 투싼(하이브리드 포함), 쏘나타, 아반뗴 N, 아이오닉 6, 아이오닉 5 N 등 17종이 제공되고 있다. 기아 플렉스를 통해 현재 브랜드 차량 총 17종이 서울, 경기, 대전, 세종, 광주, 대구 등지에 서로 다르게 투입돼 운행 중이다.

차량 대여 서비스 앱 다운로드 건수 비교. / 자료=구글 안드로이드 플레이 스토어

하지만 두 서비스 이용 건수는 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글 앱스토어에서 확인한 결과 서비스 다운로드 건수는 현대 셀렉션 5만여건, 기아 플렉스 1만여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 잇달아 출시돼 올해 6년째 운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저조한 수치다. 카셰어링 서비스 중 쏘카 500만여건, G카(구 그린카) 100만여건씩 기록한데 비해 적다.

양사 구독 서비스의 실적 저조 요인으로 서비스 차량, 지역 등 측면에서 작은 규모를 보이는 점이 꼽힌다. 현대 셀렉션은 서울, 경기, 인천 3곳에서 하루 단위 이용 가능한 데일리 구독 차량이 넥쏘, 아반떼 N, 아이오닉 5 N 등 3종에 불과하다. 수도권 외 지역에선 현재 부산에서만 서비스 중이다. 기아 플렉스도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서 최소 이틀 단기 이용 가능한 데일리 구독 차량이 EV6, 카니발 2종에 불과하다. 광주에선 데일리 구독이 불가한 상태다.

이 가운데 현대차는 제주 지역의 현대 셀렉션 서비스를 임시 종료했다. 이 뿐 아니라 제네시스 신차 구독 서비스 ‘제네시스 스펙트럼’을 현대 셀렉션에 통합시켜 운영 효율 개선을 추진 중이다.

서울 소재 자동차 전시장의 방문객들이 영업사원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차량을 소유하려는 소비자 경향이 강한 점도 구독률 부진 이유로 지목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자가용(승용, 승합, 화물차) 차량 등록대수는 2414만4260대로 5년전인 2019년 11월말(2184만4375대) 대비 10.5% 증가했다. 지난해말 20세 이상 인구 4399만2977명 중 절반(49.7%)이 차량 1대씩 소유하는 셈이다.

소유 중심의 자동차 수요 추세가 세계화함에 따라 외국 자동차 업체들도 줄줄이 차량 대여 사업에서 손 뗐다. 볼보자동차는 스웨덴에서 운영하던 카셰어링 서비스 볼보 온 디맨드(Volvo On Demand)를 오는 13일 종료할 계획이다. BMW, 벤츠도 2022년 7월 글로벌 카셰어링 전문 합작사 쉐어 나우(Share Now)를 스텔란티스에 매각했다. 해당 업체 모두 부진한 사업 실적을 고려해 ‘손절’했다.

기아 PBV 첫 모델 PV5가 차도에서 운행 중인 모습을 그린 가상도. / 사진=HMG저널

◇ PBV 등 고객 맞춤 車·서비스 개발 위한 데이터 수집 목적도

양사가 저조한 실적에도 차량 구독 서비스를 지속하는 이유는 새로운 먹거리로 지목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에 관련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양사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고객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각종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자동차 개발·제조사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공급자로 거듭난다는 목표로 서비스를 신규 수익원으로 발전시켜나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기아는 각 사 앱에 회원 가입하는 고객에게 생년월일, 성별, 차량 위치 정보 등 일부 개인정보의 필수 동의를 요청하고 있다. 해당 정보를 본인 식별 또는 통계작성, 학술연구, 시장조사 등 용도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신차를 구매한 고객에겐 제품을 팔아 넘기는 것이기 때문에 운행정보를 요구하기 어렵다. 구독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서만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기아는 미국에 이어 유럽에 기아 플렉스를 론칭해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의 핵심 목적은 렌트, 리스 상품보다 경제적으로 차량을 이용하고 싶거나 신차 구매 전 차량을 이용해보고 싶은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것”이라며 “모빌리티 자산과 역량을 활용해 완성차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서비스 사업 등으로 고도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