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유행에 치료제 매출 증가···‘GC녹십자’ 등 제약사 표정 관리
독감 의사환자분율, 73.9명으로 2016년 이후 최대···일부 독감치료제와 감기약 품절 발생 ‘타미플루’ 공급 HK이노엔 “재고 충분, 유통량 늘릴 터”···한미와 유한 치료제 매출도 늘어 오리지널 보유 GC녹십자, 정맥주사 강조···진료 현장서 먹는 약과 주사제 비중도 눈길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독감 유행으로 치료제 매출이 증가하고 있어 GC녹십자 등 관련 제약사들이 표정관리에 열심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독감 환자가 늘고 있다. 실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12월 22∼28일 전국 인플루엔자 표본감시 의료기관 300곳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 중 독감 증상을 보인 의심환자 수를 나타내는 독감 의사환자 분율은 73.9명이다. 1주일 전 1000명 당 31.3명에서 약 2.41배(136%) 급증한 수치다. 2016년 86.2명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에 전국 내과와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를 중심으로 독감 환자들 외래 치료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독감치료제는 크게 먹는 약 ‘오셀타미비르’ 제제와 주사제 ‘페라미비르’ 제제로 구분된다. 오셀타미비르 제제는 통상 5일간 복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1회 정맥주사로 독감을 치료하는 페라미비르 제제는 최근 시장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당초 국내에서는 먹는 약 시장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는데 최근 수년간 대형 제약사들이 제네릭(복제약)을 출시한 페라미비르 제제 시장도 규모가 커진 상황”이라며 “먹는 약을 주사제가 상당히 따라붙은 추세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먹는 독감치료제 시장은 유행 정도와 외부 요인에 따라 불규칙하지만 지난해 기준 380억원대 규모로 추산된다. 한국로슈와 한미약품, 유한양행, 종근당 품목 매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로슈는 일반인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타미플루’를 내세우고 있다. 최근 독감 환자 증가로 타미플루 처방이 늘어남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품절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인지도와 처방률이 높은 타미플루는 지역별로 시기별로 일부 품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 양천구 소재 약사 C씨도 “최근 독감 환자가 많아 주문한 치료제가 입고되면 이른 시간 내 소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 이번 독감 시즌을 앞두고 HK이노엔은 지난해 11월부터 타미플루 유통을 맡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노엔측은 현재 재고는 충분하며 유통량을 늘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 D씨는 “독감치료제 타미플루 재고는 충분한 상태로 확인된다”며 “8년 만의 유행으로 환자가 늘어나며 일부 약국에서 문제를 겪은 것으로 보이며 현재 유통량을 늘리고 있고 재고가 안정적으로 확보된 만큼 조속히 제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도 독감치료제 ‘한미플루’와 해열제, 진해거담제 등 관련 품목 생산량을 선제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유한양행은 ‘유한엔플루’가 품절 이슈 없는 매출 증가 추세이며 독감 유행과 시장 및 재고 파악에 따라 추가 출하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한 관계자 E씨는 “예년 독감 추이를 볼 때 당분간 유행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진해거담제나 항생제, 해열제상기도 질환에 관련된 의약품 매출이 동반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사제 페라미비르 제제의 경우 선두인 GC녹십자에 대형 제약사들이 도전하는 구도가 구축됐다. GC녹십자가 보유한 품목은 오리지널 ‘페라미플루’다. 나머지 제약사 품목은 대부분 제네릭으로 파악된다. GC녹십자도 최근 페라미플루 매출 증가를 인정했다. 독감의 경우 신속 치료를 통해 가족 내 바이러스 전파 제한 및 빠른 일상생활 복귀가 핵심이기 때문에 정맥주사 치료가 트렌드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F씨는 “가족이 독감에 걸렸는데 소청과에서 먹는 치료제는 기간이 길고 알약이어서 환자가 먹기 힘들다며 주사제를 권했다”고 전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대부분 페라미비르 제제가 비급여이기 때문에 정확한 시장규모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연간 300억원대로 추산된다”며 “최근 수년간 GC녹십자와 제네릭사들이 영업을 활발히 해 시장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일부 독감치료제는 품절을 겪으면서도 매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부 감기약도 품절이 발생하는 등 독감 유행 여파가 제약사와 의약품 유통업체, 개국가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다. 의약품 유통업체 임원 G씨는 “매년 12월 말과 1월 초에는 독감 유행과 제약사 휴가 등에 대비해 감기약을 충분히 확보해놓는데 특히 올해는 약국으로부터 주문이 많아 바쁘다”며 “약국들도 재고 부족으로 신속한 감기약 배송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8년 만에 최대 유행이 일고 있는 독감으로 인해 연초부터 관련 제품을 공급하는 제약사들이 분주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독감치료제와 감기약 생산량과 유통량 확대가 품절을 줄이는 방법으로 거론된다. 또한 먹는 약과 주사제 중 어떤 치료제가 진료 현장에서 많은 선택을 받을 지도 업계 관심사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