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작년 고급 전기차 내수 6위 전락···올해 반등할까
아우디·폭스바겐에 밀려 2023년 4위서 두 계단 하락 수입차 할인 공세에 밀려···GV60·70 전동화모델로 만회 노려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제네시스가 지난해 국내 고급 전기차(BEV) 시장에서 수입차 브랜드 공세에 밀려 6위 브랜드로 전락한 후 올해 반등을 노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지난해 전기차 내수 판매는 전년(6394대) 대비 75.6%나 감소한 1557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테슬라 2만9750대, BMW 6353대, 메르세데스-벤츠 4506대, 아우디 3497대, 폭스바겐 2614대씩 기록했다. 아우디, 폭스바겐의 선전에 밀려 제네시스 순위가 4위에서 두 계단 하락했다.
제네시스 신차 부재가 전기차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당초 지난해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70 전동화모델의 부분변경모델을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미뤄졌다. 준대형 전기 세단 G80 전동화모델의 부분변경모델의 출시 시점도 8월에서 한 달 연기됐다.
전기차 고객에게 작년 월별 판매혜택을 비롯해, 연말 전기차 출고 고객을 대상으로 잔가보장 프로그램과 사고로 인한 전손 발생 시 신차로 교환해주는 프로그램 등 구매혜택을 제공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수입차 업체들이 제네시스의 신모델 출시 공백을 메운 모양새가 됐다. 테슬라 모델Y, BMW i5·iX3, 아우디 Q4 e-트론 등 동급 수입 모델들이 할인 공세에 힘입어 활발히 판매됐다. 예를 들어 i5는 작년 8월 기준 최저 9390만원(i5 eDrive40 트림)에 판매됐다. 다만 딜러사들이 2000만원 안팎 규모로 할인해 제네시스 G80 전동화모델(최저 8490만원)보다 저렴해지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전기차 통합충전제어장치(ICCU)의 결함 이슈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차량 신뢰를 낮춰 수요를 감소시킨 요인으로 지목된다. ICCU는 전기차 주행에 필요한 전력을 저장한 고전압 배터리와, 조명·조향·전자장치 등을 작동시키는데 전력을 공급하는 보조 배터리를 함께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 장치에 탑재된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발생해 보조 배터리 충전이 이뤄지지 않고, 주행 중 차량이 멈춰설 우려가 제기돼 현재 리콜 중이다.
제네시스의 전기차 3종 모두 ICCU를 탑재하고 있고 생산 연식별 모델이 리콜 대상에 오른 상태다. 제네시스 뿐 아니라 현대차, 기아 등 브랜드별 ICCU 탑재 전기차 중 일부에서 리콜 조치를 받은 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소비자 제보가 이어졌다. 문제 발생 시 시동이 켜지지 않거나 주행 중 멈춰서면 수리 조치하기 번거롭고 기간이 소요되고 있어 고객 불만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제네시스 잠재 고객들이 전기차를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올해 수입차 신차 공세···GV60 부분변경모델 출격 예정
제네시스의 올해 내수 전기차 시장 경쟁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신규 전기차를 후속 출시해 시장 입지 강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BMW i4·iX 부분변경모델, 아우디 Q6 e-트론, 폴스타 폴스타4 등 제네시스 전기차의 경쟁 모델 출시가 예고된 상태다.
완전변경모델이나 전에 출시하지 않았던 모델의 판매 계획이 없는 수입차 업체들은 실적 강화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구상하는 등 칼날을 벼르고 있다. 올해 적용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개편안에서 성능 등 조건별 산출된 보조금 전액의 50%만 지급하는 가격대 상한선이 ‘8500만원 미만’으로 유지된 점도 고가 수입차 업계엔 호재다.
보조금 전액 지급 기준이 기존보다 200만원 하락한 ‘5300만원 미만’으로 엄격해진 데 비해, 고가 수입차 가격 전략을 재편해야 할 소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 금리 인하, 리스 만기 도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기준 강화 등 요인으로 인해 고급 전기차 시장의 신차와 프로모션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제네시스는 상품성 개선 모델로 판매고를 회복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1분기 중 GV70 전동화 부분변경모델과 GV60 부분변경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초 디자인을 공개한 GV70 전동화모델은 실내외 일부 디자인이 개선됐다. 계기반(클러스터)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이 한 장치로 결합된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와, 터치 타입 공조 조작계가 탑재된 특징도 보인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최장 423㎞(19인치 휠 기준)의 복합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이전 모델(400㎞) 대비 23㎞ 연장됐다.
GV60의 부분변경모델 디자인도 선뵀다. GV60 부분변경모델도 GV70 전동화 부분변경모델과 마찬가지로 실내외 디자인 일부 개선, 실내 신규 사양 탑재 등 특징을 보인다. 당국의 주행거리 인증 결과는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가 전기차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제네시스 전기차 현지 생산을 추진함에 따라 국내 생산 물량의 내수 비중 확대도 점쳐진다. 이날 현재 미국 조지아주(洲) 소재 현대차그룹 공장 HMGMA에서 생산되는 2025년식 GV70 전동화 부분변경모델이 현지 규정을 충족해 전기차 구매 인센티브 7500달러를 적용받는 중이다. 현지 신차 수요가 한국산 수출분에서 점차 현지 생산분으로 충족되면 한국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1분기 중 GV60, GV70 전동화 부분변경모델의 상세 사양과 가격 등 세부 정보를 공개하고 본격 판매할 예정”이라며 “2030년까지 전기차 라인업 6종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