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IB, 여의도에 새 둥지 튼다
본점에서 독립해 사무실 마련···별도 그룹으로도 격상 증권, 자산운용, PE 등 계열사와 시너지 극대화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우리은행 투자금융(IB) 사업 조직이 여의도에 새롭게 사무실을 차린다. 지난해 연말 조직 개편을 통해 별도의 그룹으로 격상 된 이후 근무처도 독립하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그룹 계열사인 우리투자증권, 우리자산운용, 우리PE자산운용과 여의도에서 사업 시너지 효과를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IB 그룹은 올해 1분기 안에 서울 여의도로 이전한다. 현재는 서울 명동 본점에 사무실이 있지만 이번에 따로 근무처가 따로 분리되는 것이다. 올해 취임한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내린 지시로 이전을 결정했다. 그간 우리은행 내부에서 IB 조직의 여의도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이번에 실현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IB 조직은 본점이 아닌 여의도에 사무실을 두고 운영한다. 여의도가 자본시장의 중심지인 만큼 물리적 거리도 가까워야 딜을 발굴하고 우량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IB 사업은 인적 네트워크로 이뤄진다. 딜을 발굴하고 투자자들을 모으는 것 모두 전문가들이 기업, 기관투자자와 쌓은 관계를 통해서 진행된다. 이런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인프라가 갖춰진 곳이 여의도다.
새 사무실이 마련될 유력한 곳은 여의도 파크원이다. 우리투자증권이 있는 여의도 TP타워엔 공실이 없어서 파크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파크원엔 우리자산운용, 우리PE자산운용이 있다. 우리금융지주 자본시장 계열사가 모두 여의도에 모이는 것이다. 파크원은 여의도 빌딩 가운데 임대료가 비싼 것으로 알려진다.
모기업인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이전을 통해 계열사 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IB 경쟁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우리은행이 연말 인사를 통해 기존에 기업투자금융(CIB) 그룹에 속해있던 IB 조직을 별도의 그룹으로 올려 독립시킨 것도 계열사 간 협업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IB그룹은 이명수 부행장이 진두지휘한다. 우리은행도 여의도로 이전하는 만큼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딜을 발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은 그간 증권사가 없었던 탓에 IB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 은행이 그룹 IB 사업의 중심이 되기는 쉽지 않았다. 은행 IB는 거래의 안정성을 중시해 보수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에 계열사 간 협업 체계도 다른 금융지주 대비 잘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금융은 증권 계열사를 갖는 데 성공했다. 포스증권을 인수해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켰다. 우리투자증권은 IB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출범과 함께 외부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우선 지난해 3월 옛 대우증권 출신인 남기천 대표를 선임했으며, 미래에셋증권 출신인 양완규 부사장을 IB 수장으로 앉혔다. 실무진 인사도 외부 인력들을 영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사업은 우리금융과 같이 전통 금융사들이 빅테크(대형정보기술기업)의 거센 저항에 맞서 미래를 보장해줄 사업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의 네트워크로 이뤄지는 사업이다 보니 디지털 기술로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대형 금융지주는 IB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인사와 조직 개편으로 쇄신을 단행한 만큼 미래 먹기인 IB도 새 출발을 하고자 이번 이전을 결정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