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개선에도 안심 어렵다···카드론 대환대출 증가세 전환

11월 말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 1.7조원 넘어서 4분기 들어 다시 증가세 “카드사 연체율 개선, 대환대출 취급에 따른 착시효과”

2024-12-30     김희진 기자
카드업계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줄어들었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환대출 잔액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질 전망이다.

3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NH농협카드)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72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조6555억원) 대비 692억원 증가한 액수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5960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8.1%(1287억원) 늘었다.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 8월 말 1조9166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9월 들어 1조6261억원으로 급감한 바 있다. 그러나 10월에 소폭 증가세를 나타낸 데 이어 11월에는 다시 1조7000억원대로 올라서면서 잔액 증가세가 가팔라지는 추세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론 연체자를 대상으로 상환할 자금을 다시 빌려주는 상품이다. 대환으로 만기를 조정해 단기적으로 연체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신용점수 하락 위험이 있고 일반적으로 기존 대출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카드사들에서 잔액이 증가했다. 대형사에 비해 중·소형 카드사들의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졌는데 이 중 롯데카드의 경우 지난해 11월 말 잔액이 811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11월 말에는 2131억원으로 162.8% 급증했다. 뒤이어 현대카드가 같은 기간 2492억원에서 3002억원으로 20.5% 늘었으며 우리카드도 지난달 말 잔액이 2708억원으로 1년 새 19.5% 증가했다.

앞서 3분기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전분기 대비 개선됐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대환대출을 포함한 실질 연체율은 평균 1.73%로 전분기(1.76%)보다 0.03%포인트 하락했다.

연체율이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카드론 대환대출 증가세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건전성 관리에 대한 우려가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카드론 금리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차주들의 상환 부담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카드론 금리는 평균 14.46%로 전월(14.44%)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9월과 10월에 이어 3개월 연속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카드사들이 대환대출을 많이 취급하면서 연체율을 줄인 측면이 있다”며 “대환대출 잔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잠재 부실 가능성이 높은 대출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연체 채권이 실제로 상환이 돼서 연체율이 개선된 것이 아니라 대환대출을 통해 부실을 일시적으로 유예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연체율 하락 추이는 건전성 개선이라기보다는 착시효과에 가깝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유예된 부실이 점점 늘어나게 되기 때문에 건전성에 더 큰 타격으로 돌아올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