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또 내렸는데···기준금리 인하 두고 고심하는 한국은행
美 연준 기준금리 3회 연속 인하 한미 금리 격차 1.50%p로 좁혀져 한국은행, 환율안정-경기부양 사이 기준금리 향방 ‘딜레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또 한번 인하했다. 미국이 연속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탓에 금리 향방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연준은 18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 인하한 연 4.25~4.50%로 결정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9월 4년 6개월 만에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데 이어 11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바 있다. 12월에도 금리를 인하하면서 올해 하반기에만 3회 연속 통화완화 조치가 이뤄졌다.
미국의 3회 연속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 격차는 다시 1.50%포인트로 좁혀졌다. 금리 격차 측면에서는 한국은행이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나설 여력이 생겼다. 미국과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가 다소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환율 추이다. 지난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7대 대통령으로 재당선됨에 따라 달러 강세가 심화됐다. 아울러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환율이 급등하는 추세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환율이 더 치솟을 우려가 있다.
하지만 금리를 인하하지 않기에는 성장률이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1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깜짝 인하’에 나선 바 있다. 경기 부진 우려가 커지자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 부양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깔린 결정이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4분기 성장률을 0.5%로 예상했는데 지금은 0.4%나 그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0.4%보다 낮아지는 수준이면 2.2%로 예상했던 올해 성장률이 2.1%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태로는 재정 문제라든지 여러 심리 문제를 볼 때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밝혔다.
때문에 1월 금리 향방을 두고 한국은행의 딜레마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새로운 변수들이 많이 들어와서 금통위원들과 아직 공식적으로 상의를 해보지 않았다”며 “지난번처럼 경기에 대한 예측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부동산과 관련된 가계부채가 예상대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인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 따라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금리를 인하한다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폭이 어느 정도 결정될 것인지 그 폭까지도 고려해서 그 속도와 시기를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