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장비 ‘사재기’ 끝···글로벌 장비사, 내년까지 매출 감소

톱5 장비사, 하반기부터 중국 매출 비중 감소 내년 30% 이하로 줄어들 전망

2024-12-19     고명훈 기자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글로벌 주요 반도체 장비회사의 중국 매출 비중이 하락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장비 수출 규제로 ‘사재기’에 들어갔던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캐파(생산능력)를 확보하자 투자 속도를 줄인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의 반도체 지출 감소세는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한국, 대만, 미국 등은 상대적으로 장비 투자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 ASML,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TEL), KLA 등 해외 반도체 장비회사 톱5는 현재 40% 안팎 수준의 중국 매출 비중을 올린다. 이 비중이 내년 30% 이하로 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매출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세를 보이다가, 올 하반기 들어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AMAT는 회계연도 2024년 4분기(8~10월) 매출 70억5000만달러(약 10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중국 비중은 30%로 집계됐다. 여전히 중국 비중이 가장 높지만 전분기(36%) 대비 6%p 감소했다. 한국, 대만, 미국 비중이 각각 전분기 대비 6%p, 4%p, 4%p씩 오른 것과 비교된다.

전세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망을 독점 중인 ASML도 지난 3분기(7~9월)  중국 매출 비중이 줄었다. 3분기 비중은 전분기 대비 2%p 줄어든 47%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ASML의 중국 매출 비중은 그해 말 39%까지 뛴 이후 올 2분기 49%에 이르렀다. 3분기 대만(15%)과 미국(21%) 매출 비중은 각각 4%p, 17%p 올랐으며, 한국(15%) 비중은 13%p 줄었다.

반도체업계는 ASML의 중국 매출 비중이 내년 20%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작년말부터 반도체 규제 시행을 앞두고 노광장비 사재기에 나섰던 중국 기업들이 당분간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노광장비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 강도도 점점 더 거세지는 추세다.

램리서치 역시 올해 3분기(7~9월) 기준 중국 매출 비중이  37%로, 다음 분기 비중이 3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한국, 미국, 대만 매출 비중은 늘 것으로 전망했다. 램리서치는 매출 기준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 점유율 3위 업체로, 식각, 증착 등 전공정 장비를 주력으로 한다. 지난 10월 국내에서 램리서치코리아 용인 캠퍼스 개관식을 열고, 글로벌 반도체 장비회사 중에선 처음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입주를 공식화한 바 있다.

일본 TEL의 2025회계연도 2분기(2024년 7~9월) 기준 중국 매출 비중은 41.3%로 전분기 대비 8.6%p 감소했다. 회사의 중국 매출 비중은 지난 2024회계연도 2분기(2023년 7~9월) 40%대까지 오른 이후 지속 상승하다가, 이번 분기에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해당 비중은 올 연말 40% 이하로 감소한 이후 내년엔 30% 수준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사 및 계측 장비 사업이 주력인 KLA 또한 올해 연간 기준 중국 매출 비중 41%에서 내년엔 30%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사의 현재 국가별 배출 비중은 대만 16%, 한국 8%, 미국 18% 수준이다.

내년 글로벌 전체 반도체 장비 시장 규모는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공정(웨이퍼 팹) 부문의 경우 선단 D램 및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와 TSMC를 중심으로 한 첨단 로직 투자가 전체 장비 지출 확대를 견인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자산업 공급망 산업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웨이퍼 팹 장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4% 증가한 1010억달러(약 146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6.8%, 2026년 14% 더 성장해 1230억달러(약 17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ASML은 올해 연간 매출 예상치를 전년 대비 1.4% 증가한 280억유로(약 43조원)로 제시했으며, 내년 16%가량 더 성장한 300억~350억유로(약 46조~53조원)로 전망했다.

후공정 부문 장비도 올 하반기 회복세에 들어섰다. 올해 테스트 장비 매출은 전년 대비 13.8% 증가한 71억달러(약 10조원)가 전망되며, 같은 기간 어셈블리 및 패키징 장비는 22.6% 증가한 49억달러(약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엔 각각 전년 대비 14.7%, 16% 증가하고, 2026년엔 18.6%, 23.5% 더 성장할 전망이다.

SEMI는 “중국은 올해 490억달러(약 71조원) 수준의 장비 투자 집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까지 투자액이 지속 증가하다가 내년엔 다소 감소할 전망”이라며 “반대로 다른 지역은 올해까지 장비 지출이 감소하다가 2025년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6년엔 모든 지역에서 반도체 장비 투자액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