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5년여 만에 1450원 돌파···향후 전망도 ‘부정적’

미국 연준 매파적인 모습 강달러 자극 단기 기준 상단 1500원 관측도 나와 국내 증시, 환율 리스크에 급락

2024-12-19     송준영 기자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년 7개월 만에 1450원선을 돌파했다. 계엄령 사태로 원화 가치가 급락한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인 움직임이 강달러를 자극한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연준의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탓에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1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거래 종료일 대비 17.5원(0.97%) 상승한 1453원에 개장했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50원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4.08%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게 됐다. 이달 1396원에 시작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밤 발생한 계엄령 사태 탓에 1425원까지 튀었고 탄핵 정국 속에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1430원을 넘나들던 상황이었다. 

여기에 연준의 매파적인 행보가 기름을 부었다. 연준은 이날 끝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내년 추가 인하 전망을 기존 1%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낮췄다.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내년에는 느려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이로 인해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04% 오른 108.17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9월 27일만 하더라도 100.38을 가리키며 달러가 약세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시장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내년 1월에 예정돼 있고 국내 정치적인 리스크가 여전한 까닭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의 경우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준의 매파 성향은 더욱 짙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1500원이 원·달러 환율의 단기적인 상단이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내년 통화정책 불확실성 심화에 안전자산인 달러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환율 상단을 150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상승폭이 일부 제한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에서 “24시간 금융·외환시장 점검체계를 지속 가동하면서 과도한 변동성에는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환차익 수요에 따른 달러 매도와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역시 환율의 상승폭을 제한하는 요소로 분류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긴 시계열로 보면 환율은 상승 추세이긴 했으나 최근 정치적인 이슈 탓에 갑작스레 올랐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탄핵 정국이 마무리됐을 때 환율이 안정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사라지면 상승세는 다소 진정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내 증시는 연준의 매파적인 통화정책과 환율 급등으로 급락 출발했다. 코스피는 전날 대비 2.33% 내린 2426.55로 시작했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6% 내린 682.53에 문을 열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 및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