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외화콜머니 5조원 육박···강달러에 외화 급전수요 ‘쑥’
4대 시중은행 외화콜머니 평균잔액 4조8383억원 전년 동기 대비 13.5% 증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단기 외화자금 수요 늘어 외화콜머니 이자비용 높아···외화조달 비용 부담 가중 우려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4대 은행의 외화콜머니 평균잔액이 5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외화자금 수요가 증가하자 단기 외화차입인 외화콜머니 잔액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외화콜머니 평균잔액은 4조83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조2640억원) 대비 13.5% 증가한 규모다.
외화콜머니는 은행 간 외화를 초단기로 조달하는 거래를 뜻한다. 보통 은행이 일시적인 외화자금 부족을 충당하기 위해 국내 및 해외은행으로부터 단기간 차입하는 은행 간 거래로 만기는 90일 이내다. 때문에 외화콜머니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은행들의 외화 급전 수요가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국민은행의 외화콜머니 평균잔액은 1조2249억원에서 올해 3분기 1조7673억원으로 44.3% 늘었다. 뒤이어 우리은행이 같은 기간 7383억원에서 1조356억원으로 40.3% 증가했으며 하나은행도 9129억원에서 9974억원으로 1년 새 9.2% 늘었다.
주요 은행들의 외화콜머니 평균잔액이 늘어난 배경에는 환율 변동성 확대 영향이 자리 잡고 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10월 중 원·달러 환율은 2개월 만에 1350원선을 돌파한 바 있다. 환율이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단기 외화자금 수요가 늘었고 그 결과 외화콜머니를 통한 차입이 늘어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 상승 영향으로 단기 외화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외화콜머니를 통한 조달 금액이 늘었다”며 “환율 변동성이 심화하고 대내외 경기 불안이 지속되면서 유동성 확보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외화콜머니 잔액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근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환율이 치솟고 있는 탓에 외화콜머니 잔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7대 대통령으로 재당선됨에 따라 달러 강세가 한층 더 뚜렷해졌다. 아울러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 일 종가(1434.75원)보다 4.15원 오른 1438.9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째 1430원대 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환율이 오름세를 지속할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외화 자금 확보 필요성이 커지면서 외화콜머니 잔액 역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외화콜머니가 단기성 외화자금인 만큼 일반적인 외화차입에 비해 이자비용이 높다는 점이다. 잔액 증가세가 확대된다면 은행들의 외화 조달 비용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기준 4대 은행의 외화콜머니 평균 이자율은 4.63%로 외화차입금 이자율(4.48%)보다 0.15%포인트 높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외화콜머니의 이자율이 전년보다 낮아질 수 있겠으나 잔액이 늘어나면 원금 자체가 늘어나게 되기 때문에 그만큼 차입에 대한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